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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1 11:04

[강론] 파스카 성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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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카 성야(주님 부활 대축일) 강론 - “돌을 치워라.”(요한 11,39) 
 

주임신부 윤 용 선 바오로   2020. 4. 11, 범일성당


 

알렐루야! 이 시간 주님의 부활을 맞으며, 글과 영상을 통해 함께 하시는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부활하신 주님 친히 주시는 평화가 가득하길, 그리고 또한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이에게 주님께서 내리시는 용기와 치유의 은혜가 머물길 기원합니다. 일 년 중 가장 장엄하며 기쁘고 은혜로운 부활성야의 이 예식을 본당 공동체의 주역이요 구성원이신 신자 여러분께서 함께 하지 못하는 가운데 거행할 수밖에 없음에, 저 또한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본당 홈페이지를 통하여 이렇게 나마라도 여러분을 만나 뵐 수 있음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의 천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말씀하신 대로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마태 28, 6) 천사의 말처럼, 무덤 속은 비어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빈 무덤과 부활의 관계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무덤이 비어 있기에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기에 무덤이 비어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먼저 부활하셨고, 그것의 표지가 비어 있는 무덤입니다. 그러므로, '빈 무덤은 부활을 낳는다.’는 개념을, ‘부활은 빈 무덤을 낳는다.’는 개념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제 좀 더 나아가 생각해 봅시다. 부활이 낳은 무덤이 빈 무덤임을 드러내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치워진 돌’입니다. 오늘 복음의 첫 부분을 보면, ‘무덤을 막았던 돌이 굴려져 있었다.’(마태 28,2 참조)고 하고, 내일 주님 부활 대축일 낮 미사의 복음에서는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요한 20,1)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서 보이는 돌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돌은 무덤이라는 죽음의 세계에 우리를 가두어 놓음을 뜻합니다. 하지만, 주님의 부활을 전하는 복음에서 돌은 이미 치워져 있었습니다. 이로써, 돌은 죽은 자를 가두어 둔다는 기존 개념이 깨어져 버립니다. 그러므로 ‘부활은 빈 무덤을 낳는다.’는 이 말은, 같은 의미로서 ‘부활은 돌을 치워버리게 한다.’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주님 부활의 은혜를 맞이하고 계신 여러분, 우리는 궁극적으로 부활의 삶을 살기에, 그 부활의 힘으로써 ‘돌을 치우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돌은 우리 삶을 짓누르고 있는 여러 장애들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돌은 우리가 앓고 있는 질병일 수 있고, 어떤 잘못된 관념일 수 있으며, 잘못된 제도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우리를 얽매는 온갖 부자유일 수 있으며, 양심의 고통, 심리적 억압과 불안, 타인을 향한 증오심과 적개심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가진 과거의 짐일 수도 있겠습니다. 돌은 또한 지나친 소유욕과 물욕, 명예와 권력의 추구일 수 있으며, 교만, 아집, 독선, 이기심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돌은 개인에게서 뿐만 아니라, 가정이나 직장, 사회 안에서도 만나게 되고, 또한 130년의 역사를 지난 우리 본당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돌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 모두가 어렵게 겪고 있는 이 코로나 사태 또한 하나의 무거운 돌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하느님이 아닌 인간이 저지른 일의 결과로서 돌은 만들어 졌고, 인간은 자신이 만든 그 돌로써 자신을 비롯해 그 주변을 막아 버리고, 또한 그 돌에 짓눌려 있다고 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러한 우리에게, 요한복음 11,39의 “돌을 치워라.”는 말씀을 다시금 들려주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다양한 형태의 돌들에 갇혀있고 그 돌들에 짓눌려 살아가는 한, 우리는 부활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부활의 삶이란 우리에게 있는 돌들을 치우는 것입니다. 죽음을 이긴 부활의 삶은 돌을 치울 수 있게 합니다. 그럼으로써, 돌처럼 굳어버린 심장은 부드러운 살 심장으로 변화됩니다. 우리 안에서 죽어갔던 많은 것들은 다시금 생명을 회복합니다. 우리를 묶고 있던 띠와 얼굴을 가렸던 수건은 풀어져 버립니다. 돌이 치워짐으로써, 어둠 속에로 빛이 들어오고 참된 해방과 평화를 맞게 됩니다.


 

사랑하는 우리 본당 교형자매 여러분, 이곳 주님의 성전에 우리가 모여 주님을 찬미할 수 있는 날을 고대하며, 현재 각자의 자리에서 건강하시고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머무시길 기원합니다.


 

이 강론을, 기도로써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 “부활하시어 빈 무덤을 만드시고 돌을 치워버리신 예수님, 저희 또한 부활의 삶을 살고자 하오니, 저희가, 저희 가정이, 저희 본당 공동체가 돌을 치우게 해 주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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