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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2 18:27

[강론] 사순 제5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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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5주일 (다해) 강론 – 좋은 변화
 

주임신부   2022. 4. 3, 범일성당


 

얼마 전 제가 읽은 ‘신앙 서적’에 적힌 짧은 글의 내용이 좋아서, 이 자리에서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 “나는 하느님을 알게 해 달라고 요구하기보다, 하느님이 오늘 내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참 멋진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주로 ‘내가 하느님을 알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만, 실상 더 중요한 것은 ‘하느님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내가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해하시겠습니까? 전자인 ‘하느님을 알게 해 달라는 것’은 나는 가만히 있고 하느님 쪽에서 나에게 그렇게 해 달라는 것이고, 후자인 ‘하느님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을 아는 것’은 하느님 쪽이 아닌, 나 자신이 그분의 뜻을 헤아리며 알아채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자는 ‘하느님께서 하시라는 것’이고 후자는 ‘내가 해야 하는 것’, 다시 말해 전자는 ‘하느님이 변해야 함’이고 후자는 ‘내가 변해야 함’, 이렇게 입장 차이가 드러납니다.


 

우리가 신앙인으로 살아가며, 많은 경우 우리는 하느님에게만 기대합니다. ‘하느님, 저는 그냥 기다리오니, 당신께서 이렇게 해 주십시오. 저렇게 해 주십시오.’의 모습이 우리 기도의 대부분인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보다 더 바람직한 기도 모습은 ‘하느님, 당신이 아닌 제가 ‘이미 나와 있는 당신의 뜻’을 아직도 모르고 있사오니, 제가 당신 뜻을 제대로 알아 변화되게 해 주십시오.’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을 또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모습을 볼 때, ‘나 자신이 하느님 입장이 되어, 내가 하느님인양 행세하며 이것저것을 판단하고 지적하는 경우가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는 당연히 하느님의 뜻을 행해야만 하겠습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하느님의 종으로서 그분의 뜻을 제대로 수행하는 자로서 머물러야 하지, 우리 자신이 마치 하느님 자체인양 행세함은 잘못된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두 가지 교훈, 즉 ‘하느님이 아닌 내가 변해야 함’. 그리고 ‘내가 하느님인양 행세하지 말아야 함’. 이 두 가르침을 우리는 오늘 복음을 통해서도 만납니다. 복음에서는 죄 지은 여인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여 주는데, 그들은 재판자로서 벌을 내리시는 하느님인양 행세했습니다. 그러던 그들이 예수님의 단 한 마디 말씀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자신들이 ‘하느님의 입장’에 서 있다 생각하며 손에 돌을 쥐고 있던 그들은, 이제 ‘자신들의 입장’을 되돌아보았으며, 누구보다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함을 알고서, 쥐고 있던 돌을 놓아 버리고 그 장소를 하나씩 하나씩 떠나갔습니다. 아마도, 변화를 체험한 그들은 재판하고 벌을 내리시는 하느님이 아닌, 죄를 잊어버리시고 자비하신 하느님을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순시기의 막바지를 향해 가고 계신 교형자매 여러분, 이 은혜로운 시기를 보내는 우리가 ‘하느님이 변해야 하고 그분께서 하셔야 함’ 아닌, ‘내가 변해야 하고 내가 해야 함’을 체험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한 ‘내가 하느님으로서 행세함’ 아닌 ‘내가 하느님의 종으로서 행세함’이 실현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러한, ‘참 좋은 변화’가 우리에게 있는 이 은총의 사순시기 되길 기원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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