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9주일 (나해) 강론 – 수군거림
주임신부 2021. 8. 8, 범일성당
본당 신부님들이 인사발령에 따라 새 소임지에 들어가실 때에는 생각하는 면들이 많습니다. 그곳 본당 신자분들은 어떤 부류인지, 성당 분위기는 어떠한지, 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이 있는지 등등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마도, 소임을 받은 신부님들이 가장 중요히 생각하는 면은, 파견 받은 자로서 새 소임지에서 잘 살아야겠다는 각오일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각오를 하며 준비 중인 신부님에 대해서 해당 본당의 신자분들은 여러 생각과 판단을 ‘이미’ 하고 있다는 점이고, 그런 생각과 판단으로 고정된 틀 안에 신부님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본당 신부로서 소임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신자분들은 오실 신부님에 대해 참 많은 면을 미리 알게 됩니다. 떠나실 신부님에 대한 관심보다는, 오실 신부님이 잘 생겼는지, 똑똑한지, 성격이 좋은지, 귄위적인지, 돈만 밝히는지, 강론은 잘 하는지, 일은 잘 하는지 등, 오실 신부님에 대해 여러 면에서 관심이 많고 또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어쨌든, 많은 신부님들은 자신의 소임지에 머무는 동안 본당 신자분들의 고정된 분위기, 그리고 그들의 생각과 판단의 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그것 때문에 좋을 수도 혹은 힘들 수도 있는 여러 경험을 하며 매 순간 그곳에 몸담고 살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늘 복음을 접하면서도 이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론을 준비하며, 복음에서 제 눈에 가장 먼저 들어 온 구절은 다음의 내용입니다. - 사람들은 그분을 두고 수군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말하였다.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 예수가 아닌가? 그런데 저 사람이 어떻게 ‘나는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너희끼리 수군거리지 마라.”(요한 6,42-43)
우리 본당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는 예외 없이 남들의 생각이나 판단의 대상이 되고 있고, 고정된 틀 안에 몸담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 각자에 대하여 남들이 ‘수군거리는’ 경우를 당하게도 되고, 그래서 답답하고 기가 찬 경우도 겪을 것이며, 또한 남 몰래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들을 겪으시는 여러분, 여러분은 행복하십니다! 왜냐하면, 여러분께서는 예수님과 같은 처지가 되시니 말입니다. 주님께서는 남들의 ‘수군거림’의 대상이 되셨고, 심지어 남들에게 먹히고, 남들에 의해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좌절하지 말고 용기를 내었으면 합니다. 우리 각자 부족한 인간이기에, 힘이 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주님께로 나아가도록 합시다. 오늘 복음에도 보이는 그분께서 주시는 양식, 즉 ‘생명의 빵’, ‘살아있는 빵’인 주님 자체를 먹으며 힘을 얻도록 합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