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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8 07:27

[강론] 연중 제16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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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6주일(가해) 강론 – 다른 시각
 

주임신부  윤 용 선 바오로    2020. 7. 19, 범일성당


 

본당 안에서 제가 신자분들을 만나 뵙다 보면, 크게는 두 부류로 구분됨을 느낍니다. 하나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다 보면, 일이 되는 때가 있고, 또는 일이 안 되는 때가 있습니다.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데, 이처럼 서로 다른 시각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물론, 저 또한 많이 부족하기에 저의 시각을 좀 더 넓혀야만 할 것이고, 우리 모두도 좀은 더 객관성과 타당성과 합리성을 지닌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지도록 노력해야만 하리라고 봅니다.   


 

‘서로 다른 시각’과 관련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미술가인 미켈란젤로가 어느 날 저녁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의 결점과 명예롭지 못한 부분들을 들추어내며 험담을 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그들의 대화에 민망해 하면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지요. 한 친구가 ‘왜 그렇게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때, 미켈란젤로는 하얀 종이 한 가운데에 까만 점 하나를 조그맣게 찍더니 친구들에게 물었습니다. “자네들은 이 종이에서 무엇을 보는가?” 그러자 친구들이 대답합니다. “까만 점을 보네.” 그러자 미켈란젤로는 말했습니다. “나는 자네들이 그것을 보리라고 짐작했지. 그런데 내가 보는 것은 까만 점이 아니라 하얗고 넓은 부분이라네.”


 

오늘 복음 안에서도 ‘서로 다른 시각’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복음에서 보이는 주인의 마음과 종들의 마음은 서로 다릅니다. 주인의 마음은 ‘가라지의 많고 적음’이 아닌 ‘밀’에 온통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또한 주인은 ‘결실’의 시기인 “맨 나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면, 종들은 초점이 온통 ‘가라지’에 맞추어져 있고, 또한 나중이 아닌 ‘지금’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이야기에 비긴다면, 종들은 하얀 종이 위의 까만 점 즉 ‘가라지’만 보는 셈이고, 주인은 하얗고 넓은 부분 즉 ‘밀밭’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을 보더라도, 복음 속의 주인과 같은 사람이 있고, 다른 한편 종과 같은 사람이 있음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세상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그런 우리 안에는 좋은 씨도 뿌려져 있고 가라지도 자라고 있습니다. 즉 좋은 생각과 나쁜 생각이 공존(共存)합니다. 하루는 천사요, 하루는 악마의 소굴입니다. 우리 마음 안에는 빛과 어두움, 선과 악, 진실과 거짓, 영과 육, 사랑과 미움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도, 그리고 어쩌면 우리 신앙 공동체 안에도 이러한 공존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우리 자신, 우리 주변, 또한 우리 본당 공동체의 모습은 하얀 종이 위에 까만 점들이 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 봅니다. 우리로선, 지금 당장 까만 점들을 지우개로 싹 지워 버리고 싶지만, 공존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겠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더 많은 하얀 부분, 즉 더 많은 좋은 부분을 바라보고 이를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세상의 빛’으로서 살고자 노력하고 계신 교형자매 여러분, 언젠가 주님께서는 우리의 하얀 모습만을 거두실 것이며, 까만 점들은 그때 그분께서 알아서 버리실 것입니다. 그러니, 희망을 가지고, 매일에 충실한 가운데, 우리 각자, 우리 가정, 우리 공동체 안에 뿌려진 주님의 좋은 씨앗이 우리의 노력으로 더욱 풍성히 열매 맺게 되길 기도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바라건데,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그리고 우리 본당 공동체에 긍정적인 시각과 좋은 면들이 더 부각되길, 그래서 더 기쁘고 더 아름답게 우리에게 주어진 순간들을 우리가 잘 살아갈 수 있길 바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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