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는 시대

가톨릭부산 2016.10.05 09:50 조회 수 : 96

호수 2403호 2016.10.09 
글쓴이 조영만 신부 

길을 묻는 시대

조영만 신부 / 메리놀병원 행정부원장 bapcho@hanmail.net

  길을 나선 사람들이 길을 묻습니다. 의사가 의사에게 길을 묻고, 선생이 선생에게, 사제가 사제에게 길을 묻습니다. 한낱 미물조차 꽃눈 틔우는 일에도 악의가 없을진대, 영장이라는 사람의 길이 이럴 수는 없기에 묻는 겁니다.“선배님. 지금 우리가 가는 이 길이 옳은 것입니까?”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그 담벼락조차 넘지 못한 채 배운 것과 사는 것이 달라야 밥을 먹고 살 수 있다면, 그토록 닦달하던 소명과 양심은 곡기를 놓아야 합니다. 물대포를 맞아 머리가 터져 쓰러진 농민이 종국에는 숨을 못 쉬어 죽었다는 직업적‘면피’가 뒤따라 걷고 있는 이들의 숨통을 막은 것입니다.

  길가에 핀 들꽃조차 당당하게 제자리를 지키거늘, 그 길을 걷는다는 인간은 어이하여 표박한 목숨마냥 잔망스레 하늘을 가리는지. 제 주머니 채우는 것에만 혈안이 된 도둑들의 세상에서 길을 묻는 질문은 끊이질 않습니다.

  조직이 크든 작든, 시스템보다는 사람입니다! 만나야 할 사람 만나야 하고, 들어야 할 소리 들어야 하고, 최소한 존중받는다는 믿음은 지켜져야 합니다. 작금의 발자국이 뒤따르는 누군가의 길이 되고 있음이 섬뜩하지 않으려면, 숨쉬고 움직이며 살아가는 일이 지금보다는 훨씬 인간적이었으면...

  부산교구 신부들의 야구단을 창단했습니다. 사제들의 숫자가 늘어 낯이 설은 얼굴들도 있다길래 부대껴보자며 나선 길입니다. 이름도 짓고 훈련도 한 뒤, 부산신학교 설립 25주년 기념 체육대회에서는 창단 후 첫 승도 거두었습니다. 참! 부산교구 사제 야구단의 이름은“숨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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