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502호 2018.08.19 
글쓴이 사회사목국 

서른다섯 청년의 시한부 삶 속 기도 한마디
 

  “안드레아야~ 계속 머리가 아프구나. 집으로 와 줄 수 있겠니?”

  2013년 6월 걸려온 아버지의 전화 한통은 길고 긴 아픔의 시작이었습니다. 단순 두통인 줄 알고 찾아간 병원에서 뇌경색으로 인한 치매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저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대신해 생계를 책임져야했고, 그래서 전 재산을 털어 가게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가게는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고 결국 지인에게 믿고 넘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금 지불이 하루이틀 미루어지더니 결국 한 푼도 못 받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어머니는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살아가야 하기에 갖은 방법을 써 봤지만 방법이 없었고, 계속되는 연장 근무와 과로 탓인지 구토와 두통, 급기야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의 통증이 생겼습니다. 별일 아닐 것이라 생각하며 병원을 찾았는데 ‘희귀난치성질환 확장성심근경증’이란 진단을 받았습니다. 심장이 제 기능을 30%밖에 하지 못하는 병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심장이식뿐이었습니다.
  이제 서른다섯 살. 얼마 살지 못한다는 사실보다 더 힘든 건 외로움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현실만 탓할 수는 없었습니다. 뇌경색에서 파킨슨병 치매로 더 악화되는 아버지를 지켜야 했고 내일 죽는다 하더라도 오늘은 버텨야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심장기능이 점점 약해져 아버지 병문안도 못 갈 정도로 숨이 찹니다.
  절망적인 현실이지만 그래도 제겐 희망이 있습니다. 기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시절 별다른 이유 없이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폭력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선생님이 안계시던 날에 하루 종일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앞에 보이던 사물이 희미하게 보일 때 쯤 음성이 들렸습니다. “안드레아야~ 너의 부모는 너를 버렸어도 나는 너를 버리지 않는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나만을 위한 따뜻한 말이었습니다. 저는 그날 이후 하느님이 저를 정말 사랑하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제게 가끔 묻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그러면 전 대답합니다. 저처럼 인생의 절망을 겪고 있는 친구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고, 단 한 사람의 지지자만 있다면 누구라도 버티고 견디어 낼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번호 호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131 2533호 2019.03.10  찬란한 부활의 아침을 꿈꾸며 사회사목국  35
130 2530호 2019.02.17  저에게 아직 희망은 남아 있는 것일까요? 사회사목국  46
129 2526호 2019.01.20  웃음을 꿈꾸다 사회사목국  35
128 2519호 2018.12.16  엄마의 기도 사회사목국  103
127 2514호 2018.11.11  행복! 그 시작은 ‘감사한 마음’ 사회사목국  380
126 2510호 2018.10.14  세상 모두가 포기했지만 난 희망을 놓지 않는다 사회사목국  148
125 2505호 2018.09.09  대물림되는 가난 ‘성모님 제발 손주들에게만은.....’ 사회사목국  286
» 2502호 2018.08.19  서른다섯 청년의 시한부 삶 속 기도 한마디 사회사목국  149
123 2498호 2018.07.22  희망사항 사회사목국  62
122 2493호 2018.06.17  조금만 더... 사회사목국  98
121 2490호 2018.05.27  힘의 원천 사회사목국  77
120 2483호 2018.04.08  내 탓이요 사회사목국  120
119 2479호 2018.03.11  봄의 향기 사회사목국  58
118 2476호 2018.02.18  외할아버지와 손녀들 이야기 사회사목국  69
117 2470호 2018.01.07  민석이의 꿈 사회사목국  73
116 2464호 2017.12.10  작은 행복의 일상 사회사목국  94
115 2460호 2017.11.12  새로운 삶 사회사목국  120
114 2455호 2017.10.08  감사의 열매 사회사목국  214
113 2451호 2017.09.10  스무 살의 꿈 사회사목국  53
112 2447호 2017.08.13  아빠는 슈퍼맨 사회사목국  46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