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빛이 짙은 어둠을 밝히듯
사회사목국(051-516-0815)
인호(58세, 가명) 씨는 젊은 시절 요리사였습니다. 중식으로 사람들의 허기를 채워주던 그였지만 정작 자신은 지금 음식을 먹기 힘듭니다.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2년 전 왼쪽 뺨에 난 상처가 커져 피부암 진단을 받았고 이를 치료하던 과정에서 목에 멍울이 생기고 치아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방사선 치료 수십 차례에도 병세가 더 깊어져 그의 삶은 캄캄해졌습니다. 피부 절단과 이식 수술을 여러 번 반복해 코, 입 주변, 손목처럼 드러나는 부위에는 이식 흔적이 크고 부자연스럽게 남았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날이었지만 인호 씨는 꿋꿋하게 일용직 근로를 하고 폐지와 공병을 주우며 자립하고자 했습니다. 그럼에도 어둠은 더 짙어졌습니다. 공병을 파는 과정에서 일어난 작은 다툼이 크게 번져 1년간 교정시설에 들어간 것입니다. 그곳에서도 부자연스러운 피부로 주변인은 그를 멀리했습니다. 아무리 씻어도 방사선 치료 부작용으로 생긴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고 얼굴과 팔에 넓게 이식한 피부는 숨기기 어려웠습니다. 또 말초 신경 문제로 신체 왼쪽이 마비되고 조금만 추워도 몸이 얼음장 같아져 바깥 활동이 힘들었습니다. 이런 몸의 고통은 곧 마음의 아픔이 되어, 그는 어디에서 누구와 있든 작아졌습니다.
작년 쌀쌀해질 때쯤 인호 씨는 다시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형제와도 인연이 끊긴 그는 미혼인 데다 발붙일 곳이 없어 모텔에서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생활고로 생긴 빚, 어색한 외모와 거의 먹지 못해 마르고 거동이 불편한 몸으로 작은 방에만 머물던 인호 씨. 이를 안타깝게 여긴 모텔 주인이 다행히 한 줄기 빛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가 도움받을 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서 연결해 준 것입니다. 덕분에 그는 2개월이라는 한정된 기간이었지만 식당에서 하루에 한 번 잘게 다진 음식으로 만든 식사를 지원받았고 건강을 조금 회복했습니다. 작은 관심이 변화를 일으킨 것입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캄캄한 방에서 혼자 우는 것뿐이라고 말하는 인호 씨. 그러나 주님을 닮은 누군가의 작은 움직임이 변화를 부를 수 있습니다. 인호 씨에게는 틀니와 따뜻한 하루 밥 한 끼가 희망의 첫걸음입니다. 그는 영양 섭취로 건강을 조금이라도 회복한다면 일자리를 찾아 나서겠다고 합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홀로 너무 작고 무력한 존재라고 생각하던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그 순간을 떠올리며 차갑고 어두운 시간에 머무는 그에게 온기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의 작은 빛 하나하나가 모여 짙은 어둠을 밝힙니다.
사랑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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