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할아버지의 소망

가톨릭부산 2021.10.06 10:40 조회 수 : 8

호수 2672호 2021.10.10 
글쓴이 사회사목국 
어느 할아버지의 소망

 
사회사목국(051-516-0815)


 
   중국에서 태어난 위옌(가명, 77세) 씨는 한국에서의 기억이 전부입니다. 고국의 어려운 상황으로 홀로 한국으로 떠나온 아버지는 이후 가족과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살기 위해 어머니는 그와 그의 남동생을 데리고 한국으로 오게 되었는데, 그때가 1950년, 위옌 씨가 여섯 살 되던 해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난 전쟁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습니다. 휴전협정 이후 한국 생활에 정착해 갈 무렵 수소문 끝에 아버지를 찾았지만, 그에게는 이미 새 가족이 있었습니다. 망연자실한 어머니는 두 아들과 함께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재혼을 하였지만, 아편중독에 폭력까지 일삼는 새아버지로 인해 위옌 씨의 유년 시절은 불행의 연속이었습니다.
 
   성인이 되었어도 불행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었던 위옌 씨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생을 마감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 지인의 소개로 만난 여성을 통해 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그녀 덕분에 살아갈 용기를 얻었고, 결혼하여 1남 3녀의 자녀들과 행복한 가정을 꾸렸습니다. 아버지처럼 가족을 버리는 사람은 결코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습니다. 하지만 동업하던 친구로부터 사기를 당하여 위옌 씨는 모든 것을 잃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 모두 떠나버렸고 그는 홀로 남겨졌습니다.
 
   다시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안간힘을 다해 살아왔는데, 공사장 추락사고로 오른쪽 눈은 실명되었고 거동마저 불편해져 더 이상의 근로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끼니조차 해결하기 힘들어 3년 전 용기를 내어 복지관 문을 두드렸습니다. 복지관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하루 중 유일한 식사이고, 그의 주거환경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바깥에서 용변을 보아야 할 만큼 열악하지만, 그래도 이만큼 살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위옌 씨의 한 달 소득은 ‘0’원. 외국인 신분이기에 각종 연금과 수급비를 받을 수조차 없습니다. 국적 취득을 위한 노력도 그때마다 부딪히는 현실과 조건 앞에서 단념해야 했습니다.
 
   여섯 살 어린 위옌은 어느새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고국에 가서 도움을 받으며 사는 게 좋지 않겠냐고 권유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왔고 언젠가는 가족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한국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 합니다.
 
   국적만 다를 뿐 ‘나는 한국 사람’이라 자부하며 말하는 위옌 씨. 그의 바람대로 한국에서 남은 생이라도 편안할 수 있도록 교우님들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기도를 부탁합니다.

 
사랑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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