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아요

가톨릭부산 2021.01.06 11:15 조회 수 : 26

호수 2633호 2021.01.10 
글쓴이 사회사목국 

그래도 괜찮아요

 

사회사목국

 

 

건우(가명, 16)의 아침은 여느 중학생과는 다릅니다.

 

즉석밥으로 아침을 차린 뒤 아빠와 여동생과 식사를 하고 급히 온라인 출석을 합니다. 건우는 40분도 채 되지 않는 수업을 끝까지 들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폐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빠와 함께 진료시간에 맞춰 병원에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빠와 결혼하기 위해 태국에서 온 엄마는 3년 전에 아빠와 이혼한 후로 연락이 끊어졌고, 가까운 친척조차 없기에 사실 건우가 아빠의 보호자인 셈입니다.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언제까지 주어질지 몰라 불안하지만, 건우는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의젓하게 아빠 곁을 지킵니다.

 

택시기사였던 아빠는 든든한 가장이었지만, 지금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당장이라도 수술을 해야 하지만, 정부 보조금으로 겨우 살아가야 하는 건우네 사정을 잘 아는 담당 의사는 수술하자는 말을 쉽사리 꺼내지 못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암세포가 뇌로 전이되었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진단을 받습니다. 큰 충격과 절망에 사로잡힌 아빠는 그때부터 매일 술에 의존하며 자주 서러운 울음을 터트립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아빠를 지켜보며 건우는 마른 울음을 삼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지만, ‘우울감 높음이라는 심리검사의 결과가 그 마음을 대변합니다.

 

장래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건우는 아직 생각해본 적 없어요.”라고 말합니다. 아빠가 돌아가시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동생은 또 어떻게 책임져야 할지 걱정과 고민이 많기에 자신의 꿈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던 것이 아닐까요. 또래 친구들이 자주 하는 고민조차 건우에게는 먼 나라 딴 세상의 이야기입니다. 많이 아픈 아빠와 아직 초등학생인 여동생이 건우의 마음 안에 항상 크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괜찮아요.”라고 의젓하게 말하는 건우지만, 사실 자신이 겪어야 하는 현실이 두렵고 막막하기만 한 중학생입니다. 열여섯 살의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의 벽 앞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건우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응원과 격려의 손길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2021, 건우가 희망과 용기를 지니고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도록 여러분의 따뜻한 촛불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번호 호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171 2717호 2022. 8. 7  린 씨의 간절한 소망 file 사회사목국  23
170 2713호 2022. 7. 10  괜찮아, 괜찮을 거야. file 사회사목국  28
169 2709호 2022. 6. 12  버틸 수 있는 힘 file 사회사목국  22
168 2704호 2022. 5. 8  마음의 문을 열고 file 사회사목국  20
167 2699호 2022. 4. 3  살아갈 이유 file 사회사목국  31
166 2696호 2022. 3. 13  새로운 꿈 file 사회사목국  21
165 2692호 2022. 2. 13  가족만을 생각하며 사회사목국  27
164 2687호 2022. 1. 9  사랑하는 아들마저 사회사목국  18
163 2682호 2021. 12. 19  스무 살 가장 사회사목국  33
162 2677호 2021. 11. 14  새로운 시작 사회사목국  29
161 2672호 2021.10.10  어느 할아버지의 소망 사회사목국  28
160 2668호 2021.09.12  부부에게 찾아온 소중한 생명 사회사목국  27
159 2663호 2021.08.08  오늘도 힘을 내어봅니다 사회사목국  27
158 2659호 2021.07.11  스무 살 승우에게 보내는 응원 사회사목국  32
157 2655호 2021.06.13  이루고 싶었던 소망 사회사목국  29
156 2650호 2021.05.09  사랑으로 모든 것을 사회사목국  42
155 2646호 2021.04.11  나에게도 희망이 사회사목국  36
154 2642호 2021.03.14  그래도 엄마니까, 엄마라서 사회사목국  67
153 2638호 2021.02.14  숨 쉬는 순간마다 사회사목국  34
» 2633호 2021.01.10  그래도 괜찮아요 사회사목국  26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