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순씨의 겨울나기

가톨릭부산 2015.10.07 01:32 조회 수 : 13

호수 1975호 2009.01.11 
글쓴이 사회사목국 

칼바람이 부는 적막한 새벽, 어두운 거리에서 종이를 줍는 영순씨(가명, 여, 51세)의 손길은 분주하기만 합니다. 누워있는 남편과 세 명의 아이를 생각하면 조금도 게을러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영순씨 남편은 의식 불명 상태로 집에서 누워 계십니다. 남편은 몇 년간 잦은 병으로 고통 받다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지속적인 치료를 하였으나 병세가 점차 악화되어 현재의 상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담당 의사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고 퇴원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영순씨 가족은 어쩔 수 없이 남편을 집으로 옮겨 간호를 하고 있지만 병세는 하루가 달리 악화될 뿐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거리에서 종이를 줍는 일이 처음에는 다소 창피하기도 했지만 하루가 달리 자라는 세 아이를 보면 그 창피함과 부끄러움은 어느새 사라집니다. 또한 시장에서 버려진 봉투를 모아 다시 파는 일을 하며 힘들게 가장의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습니다. 영순씨가 새벽 4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일하여 버는 돈은 월 50만원 가량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이 금액으로 남편의 병원비와 아이들의 학자금, 가족의 생계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첫째 지환이(가명, 남)는 올해 대학교에 입학할 예정입니다. 집안 사정을 너무도 잘 알지만 학업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어떻게든 등록금을 마련하고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나 현실은 너무도 어렵고 힘들기만 합니다. “우리 아이들처럼 이런 환경 속에서도 착실하고 착하게 자라준 아이들이 고맙기만 합니다. 첫 학기 등록금만 마련되면 나머지는 지환이가 알아서 하겠다고는 하지만, 그 조차도 어렵기만 하니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둘째 주환이(가명, 남)는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전교 10등 안에 드는 착실한 학생입니다. 그런 주환이의 소원은 종이를 줍는 어머니의 튼 손이 보드라워지는 것이고, 의식 불명이신 아버지가 조금이나마 호전 되어 쾌차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기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우직한 소처럼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주환이네 가정에 여러분의 사랑과 정성을 조금씩 모아주신다면 이 가정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사랑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법인명칭변경안내>
천주교 부산교구 사회복지회가 ‘사회복지법인 로사리오 카리타스(Caritas Rosario)’로 변경되었습니다.

<예금주가 천주교 부산교구(한마음한몸)에서 ‘(복)로사리오 카리타스’로 바뀌었습니다. 착오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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