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die mihi, cras tibi
남영 세례자요한 신부
베트남 하노이 주임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라는 뜻의 “Hodie mihi, cras tibi.”라는 문구는 유럽의 공동묘지에 가면 그 입구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문장입니다. 죽음이 오늘은 나에게 찾아왔지만, 내일은 너에게 찾아갈 것을 생각하며 살아가라는 죽은 이들의 조언과도 같은 말입니다. 갑작스럽게 위중한 병에 걸렸거나, 최근에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경험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죽음임에도 나에게는 먼 훗날의 일처럼 여기고 저 멀리 죽음을 떨어뜨려 놓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죽음을 올바로 인식하며 살아가는 것은 우리 삶의 모습을 바꾸어 놓습니다. 죽음을 단순히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지금의 삶에 더욱 충실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위령 성월을 지내면서 죽음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된 삶이 우리 죽음의 모습을 바꾸어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