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537호 2019.04.07 
글쓴이 이미영 체칠리아 

"가을 소나타" - '용서'라는 화음

■ 감독 : 잉마르 베리만   ■ 2012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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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소나타’는 스웨덴의 거장 잉마르 베리만과 그의 연인 리브 울만, 대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이 만들어낸 걸작이다.

피아니스트인 엄마 샬롯과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딸 에바가 7년 만에 만나 오랜 애증관계를 확인한다.

에바는 엄마가 요양원에 맡긴, 신체장애를 앓는 동생 헬레나를 집으로 데려와 보살핀다. 헬레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샬롯은 놀란다. 피아니스트로 성공한 샬롯에게 장애인 딸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한밤중에 모녀의 대화가 이어지면서 서로의 상처가 드러나고 발가벗겨진다.

가정보다 예술을 선택한 샬롯(잉그리드 버그만)은 자기 위주의 사고방식으로 변명한다. 유년기에 엄마의 무관심으로 사랑이 결핍된 에바(리브 울만)는 그동안 감추고 살았던 속내를 드러낸다.

감독은 보통 모녀관계에 대한 생각을 뒤집는다. 모녀의 심리적 갈등을 통해 가치관의 차이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준다. 관객들에게 “당신들은 지금 어떤가?”라고 묻는 것처럼.

쇼팽의 고요한 정서가 담긴 피아노 전주곡 2번. 모녀의 피아노 연주는 대조를 이루며 서로의 성격과 감정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한밤의 격렬했던 말다툼 때문에 샬롯은 도망치듯 떠난다. 에바는 ‘용서’라는 말을 떠올리며 엄마에게 편지를 쓴다.

 

“다시는 제 삶에서 엄마를 지우지 않겠어요.”


마음의 상처는 가족이기에 더 아프고 아물지 않는다. 그러나 덧난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는 것도 가족이다. 마음을 열고 엄마의 허물을 감싸주려는 ‘용서’가 있기에 화음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사순 시기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족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본다.


 

■ 이미영 체칠리아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ceci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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