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623호 2020.11.15 
글쓴이 이미영 체칠리아 
‘집으로 가는 길’ - 사랑을 이어주는 길

 
이미영 체칠리아 /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cecil-e@hanmail.net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것은 유한하다. 언젠가는 이별한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후 숭숭 뚫린 가슴의 구멍은 어떻게 채울 것인가. 언제까지 바람이 드나들어 시릴 것인가. 시간이 흐르고, 사랑도 지나고 가을 지나 겨울이 오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과 마주한다. 추억은 노란빛이지만 지금은 무채색이다.
 
   도시에 살던 아들은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집으로 온다. 어머니는 낡은 교실에서 평생 아이들을 가르쳤던 아버지를 이렇게 보내드릴 수 없다며 직접 수의를 짠다. 아버지와의 사랑을 엮는 것이다. 차로 운구를 할 수도 있지만, 어머니는 전통 장례식을 고집한다. 그건 사라져가는 본질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장례행렬로 걸어오는 그 길은 두 분의 사랑이 꽃핀 길목이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을 같이 걷고 싶은 것이다.
 
   감독의 서정적인 영상은 장면 하나하나를 그림처럼 내려놓는다. 첫눈에 반하고, 바라보고 생각하는 일은 설렘이다. 그러기에 하염없이 눈보라를 맞고 쓰러져도 기다릴 수 있다. 사랑하는 이를 보내는 일은 힘겹다. 아들은 어머니의 생각을 따르면서 사랑의 힘을 배웠을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가 평생 가르쳤던 교실에서 아이들을 모으고 일일 교사가 된다. 어머니의 사랑, 아버지가 된 것이다.
 
   길은 마을과 도시를 이어주지만,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도 이어줬다. 깨진 그릇을 깁고, 잃어버린 머리핀을 찾아 헤매고, 좋아하는 것을 주고 싶어 보퉁이를 들고 달렸던 그 길.
 
   모두에게 묻는 것 같다. 지금 ‘집으로 가는 길’ 어디쯤 와 있느냐고. 거기엔 아직도 꽃비가 내리고 있는지, 겨울 눈보라가 불어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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