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604호 2020.07.05 
글쓴이 이미영 체칠리아 

바그다드카페.jpg



 

‘바그다드 카페’ - 야스민이 되어 행복을 챙기는 게 어떨까
 

이미영 체칠리아 /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cecil-e@hanmail.net
 

   삶은 떠남과 남겨짐, 또 다른 만남의 연속이다. 떠나는 이는 떠나면서 누군가를 만나고, 남겨진 이는 남겨진 채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이 만남은 시절 인연이기도 하고, 오랜 지기도 된다.

   라스베이거스 근처 모하비 사막에 위치한 바그다드 카페. 카페 주인 브렌다는 일상에 지쳐 늘 화가 나 있다. 고장 난 커피 머신과 먼지투성이인 카페 손님은 사막을 지나치는 트럭 운전사들이 전부다. 딸은 건달들과 쏘다니고 아들은 피아노만 쳐댄다. 빈둥거리던 남편은 쫓겨나듯 떠났다.

   여행 중인 독일인 부부는 말싸움을 한다. 야스민은 남편을 두고 짐을 끌며 황량한 사막을 걷는다. 뚜벅뚜벅 걷는 그녀의 등 뒤로 calling you가 흐른다. 음악은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함축하며 쓸쓸함을 보여준다.
   남편을 떠나온 야스민과 남편이 떠나고 남겨진 브렌다가 만난다. 낯선 그녀들의 동거가 시작되며 바그다드 카페가 변화한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일생이 온다고 했다. 작대기 같은 그들에게 솜사탕으로 온 야스민. 먼지가 날리던 카페에 바람이 분다. 사람들이 모여든다. 웃음소리가 들린다. 건네는 공기가 달다.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힘겹지만 행복하다. 일상에 꽃이 피기 시작한다. 저마다의 향기로 어우러진다. 같은 곳, 같은 사람들이었는데 달라졌다.

   야스민이 떠나고 다시 느릿한 정적의 일상이 되는 건 어찌 된 것일까?

   매일 행복하지는 않지만 행복한 일은 날마다 있지 않은가. 지금 야스민이 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야스민이 되어 행복을 챙기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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