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532호 2019.03.03 
글쓴이 이미영 체칠리아 

  "날아라 허동구" - 누군가의 번트가 되어
■ 감독 : 박규태   ■ 2007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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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날아라 허동구’는 지능이 낮은 동구를 위해서 주변 사람들이 사랑을 베푸는 이야기다.

햇살이 마루에 내려오고 장독대가 환해지면 동구의 세상이 펼쳐진다. 아침이 오면 학교로 달려간다. 동구는 점심시간에 친구들에게 물을 따라 주는 일이 즐겁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얼마나 기쁠까. 동구는 물주전자가 있어서 행복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생각, 성격, 모습이 다른 서로가 모여 사는 곳이다. 남들에게 동구는 장애물일지 몰라도 아빠에게는 사랑이고 살아가는 힘이다.

화는 주인공과 홈런만이 세상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조연이 있고 번트가 있어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자신을 희생하는 번트로 서로를 연결시키고 있다.

동구가 물을 따라주는 것은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소통방식이지만, 아무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짝이 주전자에 개구리를 넣는 사건으로 동구의 물주전자는 사라진다.

짝이 원수처럼 미워야 하는데 동구는 한 바퀴만 돌면 되는 운동장을 멈추지 않고 두 바퀴를 돈다. 모두 동구를 향해 바보라고 비웃을 때 동구는 말한다.
 

“한 바퀴는 짝 주려고요!” 


이 한 마디는 심장이 약해 뛰지 못하는 짝을 위한 사랑의 번트다. 사랑의 번트를 받은 짝은 동구에게 주전자를 통해 야구의 룰을 가르쳐 준다. 동구를 위한 번트다.

“1루, 2루, 3루, 홈! 아빠, 나 집에 왔어.” 동구는 겅중겅중 뛰며 아빠가 그려놓은 주전자 그림을 따라 이사 간 집을 찾아온다.

“우리 아들 최고야!”  동구를 향한 아빠의 번트다.

영화는 모두에게 나직이 묻는 것 같다. 누군가의 번트가 되어 함께 날아 보자고.


 

■ 이미영 체칠리아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ceci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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