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563호 2019.10.06 
글쓴이 이미영 체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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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미 준의 바다’ - 따뜻하게 마음까지 달군 그의 사랑

이미영 체칠리아 /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cecil-e@hanmail.net

 

   깊고 고요한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새소리가 들리고 물방울이 반짝인다. 건물에 동그란 구멍이 뚫리고 빛과 그림자가 떨어진다. 하트다. 사랑이 따뜻하게 마음까지 달군다. 나무와 돌, 바람과 물이 조화를 이루며, 배우 유지태의 낮고 조용한 내레이션이 모두를 부르는 것 같다. 어서 와서 건축가의 바다로 항해를 떠나자고.

   검은 바다에 떠 있는 조각배. 유동룡은 자신을 그렇게 불렀다. 그는 일본에서 나고 자란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이기도 하다. ‘이타미 준의 바다’는 한국과 일본,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했던 그의 건축세계와 삶의 철학을 담았다.

   비싸고 번듯한 건축물이 대접을 받는 시대에, 그는 건축을 자연과 사람으로 보았다. 사람이 건강을 챙기듯 이타미 준은 건축자재를 직접 고르고 만지며 자재가 가지고 있는 힘을 충분히 살린다. 건축에 인간의 따스함을 넣는 것이다.

   새로 짓는 건축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잘 만들어진 건축은 시간이 지나도 멋스러움을 지닌다. 사람이 늙어도 연륜이 있어 품위가 있듯이 건축도 오래되면 고풍스러움이 묻어난다.

   그는 일상의 공간을 예술적 공간으로 만든다. 버려지는 소재에 묻어있었던 시간과 기억에 새로운 것을 덧입혀 재탄생시킨다. 뭍과 바다 사이를 떠도는 자신의 마음으로 ‘먹의 집’은 엄청난 산고 끝에 태어난 작품이다. 깊은 어둠이 그를 닮았다. 이타미 준은 그늘 속의 다양한 빛을 보는 눈을 갖고 있기에 어둠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 가을에, 그가 제주에 남긴 ‘수풍석 미술관’, ‘포도호텔’, ‘방주교회’를 찾아 훌쩍 건축여행을 떠나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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