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의 그해 여름" - 나의 그해 여름은 어땠는지
너무 큰 슬픔이 닥쳐오면 그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정신이 아득해서 멍한 상태가 된다. 그러다 고여 있던 아픔이 조금씩 커지면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봇물 터지듯 흘러내린다.
부모를 잃고 혼자가 된 여섯 살 프리다에게 찾아온 슬픔이 그랬다. 세상에 없는 그리운 엄마. 상실로 뒤죽박죽인데 정겨운 마당을 떠나 외삼촌 가족과 살아야 하는 시골살이. 같이 놀아 줄 언니가 생겨 프리다만 졸졸 따라다니는 사촌 동생 아나. 사랑받고 싶어 하는 프리다에게는 이 모든 것이 다 혼란스럽기만 하다.
‘프리다의 그해 여름’은 1993년 여름이 배경이다. 카를라 시몬 감독의 유년을 프리다에게 투영하며 프리다의 내면을 담아내는 성장 영화이자 직접 각본을 쓴 자전적 데뷔작이다.
소꿉놀이를 하며 아픈 엄마 역할을 하는 프리다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언니의 모든 행동이 다 좋아 보이는 아나의 천진함은 너무 사랑스럽다. 두 아이가 울창한 숲과 나무를 뛰어다니다 물놀이를 하는 장면은 모두를 유년으로 데려간다.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는다며 괜한 질투와 심술을 부리고 한밤중 가출을 감행하는 프리다처럼 우리 내면의 아이는 괜찮은지 생각해 본다.
영화는 천진한 아이들의 내밀한 세계를 보여주며 상실의 아픔을 싱그러운 초록 숲에 내려놓는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엄마의 죽음. 그 당시 약물 남용과 에이즈 사망자가 많았던 스페인의 사회상도 담았다.
슬프지만 눈물을 보이지 않던 프리다가 외삼촌 부부와 즐겁게 놀다가 왜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을까.
나의 그해 여름은 어땠는지… 그 아이는 안녕한지 푸른 7월에 잠시 다녀오면 어떨까.
■ 이미영 체칠리아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cecil-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