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너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마태 7,12)
김도아 프란체스카 / 장림성당·노동사목 사무국장
free6403@daum.net
제게는 한 번도 뵙지 못한 고모님이 한 분 계십니다. 독일에 가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며 가난한 집으로 돈을 보냈다는 둘째 고모님은 제가 아주 어릴 때 돌아가셔서 이야기로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노동사목에는 매주 외국인 노동자들이 찾아옵니다. 자국어로 미사를 드리고 싶은 친구들, 무료진료소를 이용하고자 하는 친구들, 노동이나 의료 문제로 상담받고 싶은 친구들입니다. 얼마 전에 같은 기숙사에 사는 스리랑카 친구들 6~7명이 감기로 진료소를 찾았습니다. 코로나 검사 음성이 나왔다고 양해부터 구하는 친구들에게 기숙사에 대해 물으니 춥고 열악한 곳이었고, 한 공간에 모두가 함께 지내고 있었습니다. 주중에 병원을 가는 것은 어렵냐는 질문에 다들 우물쭈물 난색을 표하며, 일을 빠지고 병원에 가기 어렵다고 대답합니다. 월급은 어디에 쓰는지 물었더니 본국에 아픈 어머니에게, 아내와 아이들에게, 남동생에게 보낸다는 대답들이 돌아옵니다. 매주 주일에 열려있으니 언제든 아프면 찾아오라는 인사와 함께 그들을 보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얼굴도 뵙지 못한 고모님이 떠올랐습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낯선 언어와 문화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삶은 결코 쉬울 리가 없을 것입니다. 예전의 우리가 그랬듯, 지금 한국에 와있는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자는 본국의 가족들을 위해 돈을 벌고 싶어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임금 체불, 산업재해 등의 이유로 저희 노동사목을 찾은 외국인 노동자의 상담 건수는 300건에 이릅니다. 체불된 임금을 받고, 다친 몸이 나은 후 감사 인사를 오는 친구들도 있지만, 사고나 병으로 목숨을 잃고 본국으로 송환 절차를 밟아 돌아간 친구들도 있습니다. 도울 수 있는 일들도 많지만, 제가 가진 능력으로는 도움을 줄 수 없을 때 찾아오는 공허함을 마주하는 일은 아직도 참 어렵기만 합니다.
노동사목에서 일한 지 어느덧 햇수로 7년 차가 되었습니다. 국내외 어려운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삶이 참으로 소중하고도 무겁습니다. 도움 주시는 많은 후원자들이 있었기에 저희는 오늘도 한 노동자를 도와 권리를 구제하고 한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습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마태 7,12)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차별이 아닌 따뜻함을 담은 시선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세상이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