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감 너머에서 발견한 희망
: 2005년 쾰른 세계청년대회의 여름을 기억하며
임성환 요셉 신부
2027 WYD 교구대회 사무국장
2005년 여름, 독일 쾰른에서 열린 제20차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는 제게 단순한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그 시간은 청년 사목과 봉사를 바라보는 저의 시선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무거운 짐으로 시작된 여정
처음 WYD를 준비할 때 제 마음을 채운 것은 설렘보다는 무거운 ‘의무감과 중압감’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보는 독일, 그것도 혼자서 가는 것이 아니라 부산교구 순례자 45명(전세버스 1대)을 인솔하여 사고 없이 무사히 다녀와야 한다는 것이 무거운 ‘과제’처럼 느껴졌습니다. “내가 맡은 일이니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눌려, 정작 순례자들의 마음을 살피기보다는 일정표와 인원 점검에만 급급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부산교구 젊은이들의 눈빛에서 발견한 기적
하지만 독일 현지에서 마주한 부산교구 순례자들의 모습은 저의 메마른 의무감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습니다. 낯선 땅에서도 그들은 위축되지 않았고, 전 세계 젊은이들과 어우러져 “베네딕토!”를 외치며 하나가 되었습니다.
수동적으로만 보였던 순례자들이 미사 중에 눈물을 흘리고, 세계의 젊은이들과 뜨겁게 포옹하며 살아있는 눈빛으로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단순한 여행이 아닌, 살아 계신 하느님을 만나는 전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관리자에서 동반자로, 사랑으로 걷는 길
순례자들이 신앙의 축제 안에서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를 지탱했던 마음은 ‘의무감’에서 ‘간절한 바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저의 역할은 그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더 넓은 세상에서 신앙적 책임을 체험하고 세계의 젊은이들과 호흡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디딤돌, 곧 ‘동반자’가 되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2005년 쾰른의 여름은 제게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따뜻한 답을 주었습니다. 이제 저는 의무감이 아닌, 우리 젊은이들이 신앙의 주인공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사랑의 마음으로 이 길을 걷습니다. 그것이 그해 여름, 라인 강변에서 제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