爲羊獻身 司祭本分(위양헌신 사제본분)
전재경 요셉 신부
전승(제51지역방위사단)성당 주임
신부님 수단의 겉모습만 보고 옷의 의미는 모른 채 동경했던 한 아이는, 욕심이 많았던지 군복과 사제복을 동시에 입고 그 옷들의 의미와 무게를 삶으로 살아내는 군종 사제가 되었습니다. 앞선 일화처럼 삶 속에서 제복이 우리에게 주는 느낌은 다양하며, 제복 입은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그 옷이 주는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군인, 경찰, 소방관과 같이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분은 물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 이렇듯 많은 분야에서 제복을 입는 까닭은 제복이 주는 힘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복은 입은 사람의 마음가짐을 다지게도 하지만, 그 옷을 입은 사람을 대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사람을 신뢰하게 하는 힘도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국군은 도마 안중근의 爲國獻身 軍人本分(위국헌신 군인본분)을 모토로 삼아 활동하며, 이 의미를 외적으로 드러낸 군복을 매일 입음으로써 그 정신을 몸에 새기기도 합니다. 저 역시 군의 일원으로 매일 군복을 입습니다만 군종 사제는 보통의 군인과는 다르게 군복 속에 로만칼라를 착용합니다. 제복은 그 직업의 얼굴을 드러낸다는 말처럼, 군종 사제의 정체성은 바로 “군복 입은 성직자”일 것입니다. 군복이 나타내는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정신에 더해 그 속에는 양들을 위해 헌신하는 제2의 예수라 부르는 사제의 마음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듯, 육해공 103명의 군종사제들은 안보 위기의 상황 속 전후방 각지에서 장병들과 동거동락하며 국가와 국민, 더 나아가 주님의 양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57회 군인 주일입니다. 국군 장병과 군종 사제들을 기억하면서 그리스도교의 전통인 환대를 실천했으면 합니다. 군 복무를 위해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불철주야 헌신하는 장병들을 위로해 줄 환대를 우리의 정성으로 그들에게 베풀어 낼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엄중한 현 상황 속 그들의 헌신을 통해 모두가 평화를 누리고 있음을 안다면, 장병들에게 따스함을 내어주는 것으로 그들의 노고와 헌신을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환대를 전해주고자 군종 사제들은 사제 본분인 양들을 위한 헌신을 마음에 새기며, 사제복과 군복을 갖춰 입고 각자의 자리에서 그들과 함께하며 사랑으로 봉사해 나가겠습니다. 군종 사제들을 기억해 주시고, 이들의 발걸음에 힘을 더하여 주시길 청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