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무기

가톨릭부산 2025.12.24 10:28 : 0

호수 2905호 2025. 12. 28 
글쓴이 조영만 신부 
하느님의 무기
조영만 세례자요한 신부
부산가정성당 주임 겸 가정사목국장

   세상을 멸망으로 몰아가는 악(惡)의 전략이 있습니다. 공동선을 파괴하고 상생의 근본을 훼손시키는 욕망과 경쟁, 효율을 앞세운 인간성의 배제와 가공(加供)의 범위를 넘어서는 폭력의 힘은 내일이라도 지구를 소멸시킬 정도의 위험 수위이며, 이런 무지막지한 위험에 무력하게 노출된 일상을 덤덤히 살아가게 만드는 것 역시, 악의 많은 전략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런 세상을 향한 하느님 구원의 역사가 단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었음을 기억하는 신앙인들에게, <구원의 힘> 곧 하느님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가정>에 있음을 발견하게 만듭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외아드님을, 세상을 구원할 ‘영웅(Hero)’으로 출발시키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를 필요로 하고 아버지의 보살핌을 받는 ‘가정의 일원’으로 자리하게 하셨습니다.

   
가정 안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사랑은 양육되며, 희망은 실체적인 위력을 발휘합니다. 가정을 통하여 사람과 사랑은 자라고 다시 태어납니다. 아무리 악이 전술을 부린다 할지라도, 가정에서 지켜 낸 사랑과 희망의 빛을 꺼뜨릴 수는 없습니다. 세대와 세대를 이어 끝내 완성을 이루신 <성가정의 힘>이, 세상의 악과 맞서는 하느님의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천주교부산교구의 <가정성화미사>와 한 달간의 <성가정 기도시간>은 하느님의 힘이 가정 안에서 어떤 위력을 발휘하고 계시는지를 체험하게 해줍니다. 지난 10월 ‘명지파티마성모성당’에서 한 달간 성가정상을 모시고 기도했던 어느 가정의 체험담입니다.

   
“우리 집의 가장은 하느님이시다.”라는 지향으로, 성가정상을 거실에 모시고 매일 저녁 9시 30분에 남편과 제대하고 돌아온 아들,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 딸과 함께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를 드리는 것은 거의 10년 만이 일이었습니다.

   
어색해하면서도 매일 같은 시간에 모여 기도하면서 저는 아이들의 성장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막내딸은 34일간의 기도를 100% 출석으로 완주했고, 친구와 약속이 있어 늦게 돌아온 아들이 혼자서라도 기도를 바치는 모습은 감동이었습니다.

   <성가정 기도시간>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에게는 새로운 직장이 생겼고, 한 달이라는 기도의 시간이 끝나자 가까운 회사에 출근하는 응답도 받았습니다. 우리 가족이 안고 있던 문제를 함께 풀어주셨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깊이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언제나 저희가 청한 것보다 더 풍성하게 응답해 주시는 하느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으려는 부모’와 ‘부모의 노고를 잊지 않고 자라는 자녀’를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웅장한 사랑의 서사를 이렇게 드러내십니다. 믿음으로 가정을 지켜 주시고, 기도로 우리 가정 안에 하느님의 힘을 드러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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