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증과 생명

가톨릭부산 2015.11.02 11:23 조회 수 : 36

호수 1985호 2009.03.22 
글쓴이 이원우 아우구스티노 

고맙습니다진본067.jpg

 

이원우 아우구스티노 (소설가 / 은빛 문화 사목 지원단장) lww54@lycos.co.kr 

노인 학교에 나가서 학생들에게 묻는 게 습관이었다. 장기 기증 등록을 한 사람 있느냐고. 대개는 실망이었다. 정말 얼마 안 되는 숫자여서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이가 너무 들었다는 것. 그러나 이제 다르다. 김수환 추기경이 여든을 훨씬 넘겨서 선종한 뒤 생전의 뜻대로 각막을 기증하여, 70대의 두 환자가 광명을 되찾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 일이 있은 뒤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로부터 '한마음 한몸 운동 본부' 등에 전화 문의가 쇄도한단다. 

유서를 미리 쓴다 치자. 만약 그가 현명하다면 장기 기증에 대한 ‘절차’와 내용도 당연히 포함시켜 둔다. 뇌사 상태에 빠졌을 경우, 필요한 모든 장기가 그걸 기다리는 다른 사람에게 즉시 이식해야 한다고 적는다. 물론 자연사를 해서 다른 장기는 필요 없다 해도, 각막만은 6시간 내에 이식이 가능하단 얘기도 빠뜨리지 않는다. 그 유서로써 일찌감치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둔다. 

물론 나 자신도 처음엔, 신체발부가 어쩌고 하면서 사후에라도 신체를 훼손을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하나 지금은 다르다. 아니 등록 자체로써 위안을 얻는다. 모든 등록자가 그러는 것처럼 자신도 항상 지갑 안에 ‘장기 기증 등록증’을 넣고 다닌다. 어느덧 등록 후 4년이 훨씬 지났다. 너무나 아팠던 두어 해 전에, 장기 기증 등록증을 매만지며 이런 기도도 해 보았다. 주님, 절묘한 시점에서 저를 뇌사 상태에 빠져들게 하여 주소서. 누군가를 살리고 싶었다. 그런데 주님은 죄인에게 도로 건강을 돌려 주셨다. 그리고 노인 학교에서 노래를 부르게 하셨다. 그 노래는 노인들의 아픔과 외로움을 덜게 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에게 가끔은 생명(건강)의 소중함과 어쩌면 그와 반대되는 개념일지 모르는 ‘장기 기증’을 들먹여야 한다. 난감하기도 하다. 다만 한 가지 강조하고 싶다. 장기 기증 등록을 한 사람일수록 생명의 소중함을 깊이 묵상할 있다. 장기 기증 등록자들에게 물어보라. 모두가 그걸 주님의 은총으로 여기리라.

호수 제목 글쓴이
1985호 2009.03.22  장기 기증과 생명 file 이원우 아우구스티노 
1984호 2009.03.15  장화신은 신부님 김 루시아 수녀 
1983호 2009.03.08  절망을 넘어 이명순 막달레나 
1982호 2009.03.01  예수가 광야로 간 까닭은? 탁은수 베드로 
1981호 2009.02.22  수도원의 아침 김양희 레지나 
1980호 2009.02.15  케냐 수녀님의 기도 김루시아 수녀 
1979호 2009.02.08  예수님과 백수님 탁은수 베드로 
1979호 2009.02.08  세계 병자의 날 박주미 막달레나 
1977호 2009.01.25  영적지수가 높아야 정여송 스콜라스티카 
1976호 2009.01.18  새해선물 김 루시아 수녀 
1975호 2009.01.11  성찰(省察) 김종일 요한 
1974호 2009.01.04  잘했어, 성룡! 탁은수 베드로 
1972호 2008.12.28  아버지의 집 김양희 레지나 
1971호 2008.12.25  아기예수님! file 김 루시아 수녀 
1970호 2008.12.21  오시는 예수님을 기다리며 최충언 플라치도 
1969호 2008.12.14  인연(因 緣) 김영일 대건안드레아 
1968호 2008.12.07  ‘십당구락’과 화개 장터 이원우 아우구스티노 
1967호 2008.11.30  소풍가던 날 김 루시아 수녀 
1966호 2008.11.23  나만의 가을느낌 김욱래 아우구스티노 
1965호 2008.11.16  오바마의 공감(共感) 김영일 대건안드레아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