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안에 치유
정순남(막달라 마리아)
사순절이면 아픔이 화살처럼 되살아납니다. 이십여 년 전 우리 부부가 세례 받은 후 2년쯤 되어 남편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저는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아 혼자 걸을 수도 없었습니다. 믿음은 한치도 자라지 못한 초신자였을 때 백날을 울며 불며 넋두리하던 때가 사순절이었습니다.
당시 새벽 삼종기도부터 아침, 저녁 염경 기도를 빠뜨리지 않았으며 묵주로 바치는 9일 기도가 소원을 이루어 주신다하여 맹목적이나마 혼신을 다해 끊임없이 받쳤습니다. 54일 기도가 끝날 무렵, 밤을 지새던 고통스러움은 없고 포근히 잘 잔 느낌이 들며 누군가 내 옆구리를 부드럽게 살살 흔들었습니다. 이상한 느낌에 눈을 뜨니 방안엔 나 혼자여서 예사롭지 않게 생각하며 새벽 기도를 드리는 중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이 닿는 듯하며 내 손에 성경을 들게 하여 시편 일편을 펴게 했습니다. "행복하게 사는 길은 악을 피하면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푸르리라" 이 말씀이 주님과 인격적 만남으로 내게 생기를 돋워 주셨으며, 그 날부터 매일 하루 세 번 신·구약 3장씩을 끼니를 메우듯 읽고 경청하게 하여 밤에 잠잘 때는 성경을 품에 안고 잠들었으며 말씀과 입맞춤하는 습관이 되었습니다.
사막에서 들려오는 하갈의 울음을 들으신 주님께서 저의 고통을 들으시어 일으켜 주셨습니다. 약이 되는 말씀은 어느 고사성어보다 거룩하게 내 죄를 깨닫게 하셨으며 "네 안에 탐욕을 버리면 바로 세워주리라" 이 말씀이 눈물로 통회하여 십자가 앞에 꿇게 하였습니다. 제사보다 회개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자비는 상처 난 영혼 고통을 기쁨으로 내 입에 감사와 찬미가 넘쳐나 기도가 화답의 응답일 때 평화를 주셨습니다. 그러나 고통의 잔을 또 한번 주셨습니다. 신앙생활 잘하며 지순하게 살던 딸이 암 선고를 받고 투병하다 하느님께로 갔을 때 청천벽력을 맞은 듯 몸을 가누지 못하여 허우적거릴 때 "좋은 것을 받았으니 나쁜 것도 받아들일 줄 알아라"(욥기 2, 10) 고통을 통하여 지혜를 배우라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성령께서 낡은 것을 버리고 영적 새 옷을 입혀 주시기 위해 베푸신 은혜와 자비에 감사 드리며 주어진 삶을 잘사는 것이 멋진 삶이라 하니 이끄심에 맡길 때 평화와 복이 함께 합니다. 순간마다 경이로움에 의미를 소중히 여기며 아직도 내 몸엔 잔병의 가시가 남아 찌름에 십자가를 바라보게 하심이다. 오, 주님! 빈 무덤가에 서성이는 마리아의 이름 부활의 아침 날 불러 주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