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불법 사람이 아닙니다. 김종일 노동사목사무국장 불법 사람? 낯선 말에 고개를 갸웃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는 한국에서 체류 기간을 넘겨 일하고 있는 ‘불법 체류자’를 이주노동자가 서툰 한국말로 한 말이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쓰는 말인데, 되뇌어 볼수록 이 말을 만든 사람의 속내가 불편하게 와 닿는다. 무릇 누군가를 일컫는 호칭에는 내가 그 대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하는 속내가 담겨 있는 법이다. 정부는 언론을 통해 ‘불법 체류자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범죄자’라는 말을 계속해서 퍼트림으로써 시민들이 막연한 공포감과 이질감을 갖도록 만든다. 이주노동자를 나와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하찮은 존재로 보는 삐뚤어진 마음이 투영되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도 예단하여 덧씌운 결과라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음지에서는 지나친 시장경제주의에 따라 철저하게 그들을 노동상품으로 부린다. 한국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영세업체의 상당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구해 일을 시키고는 퇴직금과 4대 보험 그리고 최저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 업체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에 정부가 눈감아 준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다가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수를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면 냉엄한 단속과 추방의 칼날을 휘두른다. 강력한 단속과정에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다치고 죽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미등록 이주 노동자’라 부른다. 체류기간을 어겼으되 정직한 노동으로 우리와 상생하는 사람이니 범법자라는 뜻이 담긴 불순한 의도를 거부하고 그들의 존엄성을 지키자는 의지가 담긴 말이고, 정부가 떳떳하게 경제 정책을 펼치기를 촉구하는 말이기도 하다. “법을 어겨 범법자라 하는데 뭐가 잘못인가!”라고 호통치실 분도 있겠다. 하지만 살면서 소소한 법 한 두 번쯤 어기지 않은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만 하더라도 건축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위장 전입, 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되거나 구속된 적이 많다. 우리는 하느님의 법에도 매여 사는 사람들이니 몇 번이나 법을 어기며 살았는지 손으로 꼽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을 다 범법자라 낙인찍고 사회에서 쫓아내야 할까?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에게 던지신 도전이기도 하다. 교회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회칙 '진리 안의 사랑'을 통해 명쾌하게 답한다. "이주 노동자들을 상품이나 단순 노동력으로 간주해서는 안 되며, 따라서 다른 모든 생산 요소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 모든 이주민은 어떤 상황에서든 누구에게나 존중받아야 할 양도할 수 없는 기본권을 가진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