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적 선택

가톨릭부산 2015.11.02 16:08 조회 수 : 10

호수 2058호 2010.07.18 
글쓴이 박주미 

우선적 선택

박주미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것을 선택하기도 하고 선택 받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학습된 선택도 있으며, 엄청난 고민과 갈등 속에서 심사숙고하여 내린 선택도 있다. 한번 선택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있는가 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선택했다가 다른 것으로 바꾸어 버리기도 한다. 가끔 나 자신에게 '어떤 것을 선택하였는가?' '왜 그것을 선택하였는가?' 라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것이 아니면 안 되었을까?' 하는 나름의 성찰을 하게 된다. 

돌아보니 살아오면서 고비 고비마다 그 어떤 것을 선택하기 위해 결단도 필요했었다. 힘들고 버거운 것을 선택할 때는 엄청난 고민과 갈등에 허우적거리다 남들로부터 우유부단하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재촉 받기도 했다. 선택의 기회가 많아질수록 또는 더 많은 선택을 하면 할수록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질 때도 있었다. 오직 ‘이것’ 하나뿐이었으면 고민도 갈등도 없으면서 만족도는 더 충족되었을지도 모른다. 하나를 선택하고 나면 반드시, 선택하지 않은 또 다른 것이 있다. 그것이 사람이든 가치이든 물질이든 선택하지 않았으므로 멀어지거나 없어지거나 다시는 인연이 닿지 않는다. 결국 어느 순간의 선택이 평생 가기도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느 때보다도 현명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하여 취할 것인가?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진실과 상식이 통하는 참 좋은 이웃과 함께 살아갈 이타적 삶을 선택할 것인가? 지독한 이기적인 삶을 선택할 것인가? 주교단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우려와 반대는 창조 질서 파괴로 뭇 생명이 죽어가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생명을 선택하는 것이라 했다. 교육 현장에서 ‘참 교육’ 활동을 하시는 선생님들은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건강한 민주 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교육관을 선택한 것이다. 혼자만의 이기적인 삶이 아니라, 권력과 명예에 구속되는 삶이 아니라, 이타적인 삶을 지향하고,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가치라 믿기에 이 사회의 결핍된 곳을 채워 줄려는 따뜻한 마음의 선택이다. 국가 권력의 시녀 되기를 거부하고 국민의 봉사자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실천하는 것은 공직자의 참된 선택인 것이다. 온갖 비난을 들으면서도 노동조합 활동을 선택하는 것은 나 혼자만의 안락한 삶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이 노동의 가치에 합당한 사회적 대우를 받고, 인간답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더불어 삶을 실천하는 선택이다.

지금 여기, 예수님이 계시다면,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신 것처럼 차별 받고 억압받는 보잘 것 없는 이들과 함께 하자고 위로하시고 격려해 주실 것 같아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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