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를 찾습니다.
탁은수 베드로 estak@busanmbc.co.kr / 부산MBC 기자
한국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한 허정무 감독이 마지막 경기를 끝내고 이런 말을 남겼다.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좋은 수비수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좋은 선수들을 수비수로 다듬어야 하는데 모두들 공격수만 하려는 게 문제입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 팀의 수비를 맡은 차두리, 이정수 선수도 원래는 공격수 출신이다. 팀마다 공격수는 넘쳐나지만 믿을 만한 수비수 찾기는 쉽지 않다. 수비수는 지키는 플레이를 한다. 화려함 보다는 안정된 플레이가 우선이다. 승부를 결정짓는 골을 넣는 건 주로 공격수들의 몫이지만 든든한 수비수가 없는 팀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화려한 개인기와 박수 받는 드리블 보다는 몸을 던져 상대방을 막고 궂은 일을 도맡아해야하는 수비수. 한국 축구는 팀을 지키고 공격수를 뒷받침하는 뛰어난 수비수가 필요하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화려한 조명을 받는 연예인이 뜨고 있지만 무대 뒤의 보이지 않는 노력 없이는 화려한 무대도 없다. 공부 좀 한다는 학생은 대개 판-검사나 의사가 되겠다고 하지만 법질서를 지키고 생명을 위하는 일은 곳곳에서 여러 사람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사회 변화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쌓아온 가치를 지켜내는 일이 뒷받침 돼야 한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 주목 받는 자리에서 결정적 직무를 해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묵묵히 조직을 지켜내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도 있다. 가정에서도 가족들의 건강과 마음을 보살피는 보이지 않는 노고가 있어야 평화가 온전해진다. 이밖에 원칙과 사회적 책임도 지켜야 할 것들이고 크고 작은 약속도 지켜야한다. 발전을 위한 큰 걸음의 전진도 중요하지만 모든 일의 시작은 기본을 잘 지키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일이다. 유혹이 가득한 세상에서 하느님이 내어주신 아이와 같은 마음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다. 믿음으로 틈틈이 마음을 단련하고 순수한 사랑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야 쉽게 허물어 지지 않는 마음의 힘이 생긴다. 그렇지 않으면 달콤하게 치장한 세상의 유혹에 역습을 허용하고 결국은 마음이 허물어지는 실패를 볼 지도 모른다. 마음의 중심 지키기에 실패하면 돈이든 사람이든 세상의 배신은 쉽게 찾아온다. 특히, 세상의 즐거움만을 바라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 너머의 희망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 더욱 믿음의 마음 지키기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축구 뿐 아니라 일상의 곳곳에서 자신의 가치를 지키는 좋은 수비수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