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

가톨릭부산 2015.11.02 15:53 조회 수 : 30

호수 2049호 2015.05.16 
글쓴이 탁은수 베드로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

탁은수 베드로 / estak@busanmbc.co.kr 부산MBC 기자

허물없이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정치를 주제로 한 논쟁은 하지 말라고 했다. 종교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의견일치를 보기 힘든데다 자신만의 확신을 주장했다가는 목소리 높아지고 사이가 멀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정치와 종교를 한꺼번에 이야기하는 일을 종종 본다. 가톨릭과 관련해서는 4대강 사업이 논점이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명동성당에서는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미사가 봉헌되는 등 교회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져가는 듯하다. 한편에서는 종교의 정치참여 아니냐는 비난을 하기도 하고 일부 언론은 가톨릭 내에 큰 내분이나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솔직히 난 4대강 사업은 잘 모른다. 정부 홍보자료를 읽어본 것과 언론 기사를 통해 찬반론의 근거를 알고 있는 정도이다. 그러니 4대강 사업의 찬반 견해를 밝힐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교회의 입장표명을 정치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다. 정치적 입장이란 정권을 차지하거나 자신들의 이익 또는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명하는 것일 터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수도자들이 무슨 이익을 본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사형제도 폐지에 관한 교회의 반대도 비슷한 사례다. 헌법재판소가 사형 제도를 합헌으로 판결했고 법무부 장관은 사형집행을 위한 시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교회의는 사형은 생명을 빼앗는 일이며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일이라며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반대의견을 내놓았으니 주교회의는 법치주의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것이라는 비난을 들어야할까? 

하느님은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셨다. 명령문이다. 사랑하는 것은 권유나 부탁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이 내리신 명령이다. 이웃이란 옆집 아저씨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속한 사회, 발 딛고 있는 현실, 하느님이 만드신 자연 등 모든 생명체와 이들이 사는 터전을 범주로 한다. 정부가 정한 정책이라고 해도 이에 대한 타당성을 논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일은 민주시민의 의무이자 권리다. 더구나 이런 정책이 환경과 생명에 관한 일이라면 교회는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외받고 상처받는 생명체는 없는지, 생명을 잃거나 잃게 될 피조물은 없는 지 살피는 일은 사랑을 명령받은 신앙인의 당연한 의무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견해는 다를 수 있지만 양심을 걸고 사랑을 실천하는 노력을 정치적이라고 폄하해서는 곤란하다.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 교황님이 올해 밝히신 평화의 메시지를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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