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소금
김 양 희 (레지나)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세 가지 금은 지금, 소금, 황금이라고 했다. 지금이라는 현재성이 없다면 존재 자체가 없을 것이며, 적당한 간은 삶의 지혜를 더해주는 필수 조건이요, 돈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으니 참으로 맞는 말이라고 하겠다.
매 순간이 지금이지만 흘러간 시간은 과거에 머무른다. 바닷물이 예전에는 강물이었지만 사람들은 골짜기의 냇물은 떠올리지 않는다. 오늘, 지금, 바로 이 순간의 찰나가 모여 일생이 되고 인생이 된다. ‘지금’이 정말 소중한 이유다.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날을 우리는 미래 속에서 기다리지만 시인의 말처럼 앉은 이 자리가 바로 꽃자리인 것이다. 진실하고 사려 깊은 마음 안에서는 매 순간이 꽃으로 피어나기 때문이다.
시도 때도 없이 얼굴도 모르는 남의 집에 전화를 해대는 이가 있었다. 새벽이고 한밤이고 대중이 없었다. 처음엔 전화번호를 잘못 짚은 줄 알았다. 대화는 커녕 혼자서 횡설수설하니 단잠만 깨울 뿐 황당한 노릇이었다. 인체 지각의 어느 한 부분 소금이 빠져나갔음을 안 것은 제법 시달리고 난 다음의 일이었다. 이처럼 소금은 사회 생활과 정서의 조절로서 그 깊이를 더해준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간이 맞지 않다면 실패한 요리이다. 똑같은 재료와 양념을 썼음에도 각각 다른 맛을 내는 요리의 비결은 주부들의 손끝에서 묻어나는 정성과 적당한 간을 맞추는 데 있을 것이다. 그래서 훌륭한 요리사는 저울로 재지 않고도 소금 간을 대충 해도 입맛을 맞추는 요령을 알고 있는 것이다.
황금의 가치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폐가 없으면 하루인들 대문 밖을 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무전유죄, 유전무죄, 다 돈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목숨도, 권력도 돈이 있으면 사고 팔 수 있다는 물질만능주의 세상이 만연하고 있으니 각종 범죄의 뿌리도 결국은 재물이 원인이 되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화산 폭발로 폐허가 된 폼페이에 가면 술장사로 갑부가 된 베티란 사람의 금고가 1900여년 전 그대로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고 한다. ‘베티의 금고’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베티는 그날 밤, 자신이 설마 화석으로 변할 줄을 알고 있었을까.
재물은 너무 가져 교만해지지도 말고 너무 없어 비굴해지지 않을 만큼만 있으면 될 것이다. 이 세상 재물의 분배가 타일 바닥처럼 공평해 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님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 하신 예수님, 저희가 매 순간 올바른 분별력을 갖게 해 주소서’
-수필가 (supil99@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