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731호 2022. 11. 13 
글쓴이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6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요약)
“그리스도께서는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셨습니다.”
(2코린 8,9 참조)
 
  
    ‘그리스도께서는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셨습니다.’(2코린 8,9 참조)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의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궁핍한 형제자매들에게 연대를 보여 주는 그들의 노력을 격려합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도 벌어졌습니다. 비극적 시나리오들이 되풀이되고 있으며 평화를 외치는 인류의 숨통을 조이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전쟁이 낳는 빈곤이 얼마나 극심합니까! 눈을 돌리는 곳마다, 폭력이 무방비 상태의 힘없는 이들을 어떻게 타격하는지 우리는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여성과 어린이와 노인이 이웃 나라의 난민들처럼 피난처를 찾아 안전을 확보하고자 폭격의 위험을 무릅쓰도록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 안에서 이성은 그 빛을 잃어가고 결국 이미 너무나 많은 가난한 사람들에 보태어질 뿐입니다. 우리는 이 상황에 어떻게 합당하게 응답할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충돌 속에서 제6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거행합니다. 우리는 “부유하시면서도 (우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 (우리가) 그 가난으로 부유하게 되도록”(2코린 8,9 참조) 하신 예수님께 우리의 시선을 고정하라는 바오로 사도의 권고를 성찰하도록 요청받습니다. 이 시기에 저는 전쟁으로 발생한 난민들을 환대하는 후한 인심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가정들은 다른 가정들에 자리를 마련해 주려고 자기 집 문을 열어 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갈등이 지속될수록 결과는 힘겨운 짐이 됩니다. 지금이 바로 우리가 기운을 잃지 않고 처음에 가졌던 그 열의를 새롭게 하여야 하는 때입니다. 우리는 변함없는 책임감으로 우리가 시작한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연대란 우리가 가진 것을 없는 이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 자유와 책임, 형제애와 연대의 가치를 계속해서 지켜 갑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언제나 사랑과 신앙과 희망을 우리 삶과 행동의 바탕으로 삼도록 합시다.?가난한 이들과 관련한 경우 중요한 것은 참여하여 신앙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필요한 것이 부족하지 않도록 하는 문제입니다. 이는 누군가를 구하는 행동주의가 아닙니다. 무기력함을 떨쳐내도록 도와주는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가게 하는 관심입니다. 
 
   바오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을 상기시키며 그분 메시지를 확실히 하고자 합니다. 우리를 해방시키는 가난은 본질에만 집중하는 책임 있는 결정으로부터 비롯됩니다. 가난한 이들과의 만남은 걱정과 두려움을 없애 주고, 거저 받는 참사랑에 이르게 해 줍니다. 올해 세계 가난한 이의 날 주제로 선택한 바오로 사도의 말은 우리 신앙생활의 이 위대한 역설을 보여 줍니다. 그리스도의 가난이 우리를 부유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교회가 이를 전하고 증언해 온 것은,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통하여 이 길을 따르기로 선택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셨기 때문에 우리 자신의 삶은 변화되었습니다. 주님께서 지니신 보물은 그분의 사랑입니다. 사랑 때문에 그분께서는 영광을 벗으시고 인간 조건을 취하셨습니다. 사랑 때문에 그분께서는, 모든 이가 필요한 것을 얻고 영원한 생명을 위한 양식을 찾을 수 있도록 “생명의 빵”(요한 6,35)이 되셨습니다. 생명이 죽음을 이기고 존엄이 불의로부터 구해지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사랑으로 우리 삶을 함께 나누고 가장 작은 이들과 자기 삶의 빵을 나누면서, 그리스도의 가난의 길을 따라야 합니다. 이것이 평등을 이루는 길, 가난한 이들을 비참에서 벗어나게 하고 부유한 이들을 허영에서 벗어나게 하며 그들 모두를 절망에서 벗어나게 하는 길입니다.
 
   2022년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이 우리에게 은총의 때가 되기를 빕니다. 이날 우리가 개인으로 그리고 공동으로 양심 성찰을 하고, 우리 삶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가난이 우리의 충실한 친구가 되는지도 자문하여 볼 수 있기를 빕니다.

 
로마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프란치스코
호수 제목 글쓴이
2757호 2023. 5. 14  영원한 스승이신 예수님 원성현 스테파노 
2756호 2023. 5. 7  [젊은이에게 보내는 편지] 중독으로부터의 해방 홍성민 신부 
2754호 2023. 4. 23  영혼의 눈 정효모 베드로 
2753호 2023. 4. 16  광야 윤경일 아오스딩 
2751호 2023. 4. 2  “나는 한국 사람인데.” 이영훈 신부 
2750호 2023. 3. 26  부활을 꿈꾸는 나에게 박선정 헬레나 
2749호 2023. 3. 19  교회 안에서 자신의 고유한 사명을 찾는 여정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748호 2023. 3. 12  종부성사 김태수 클레멘스 
2746호 2023. 3. 5  [젊은이에게 보내는 편지] 기성세대와 신세대와의 관계 노태윤 미카엘 
2745호 2023. 2. 19  오늘 일용할 양식 강은희 헬레나 
2744호 2023. 2. 12  주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탁은수 베드로 
2742호 2023. 1. 29  “남이 너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마태 7,12) 김도아 프란체스카 
2741호 2023. 1. 22  너희도 준비하고 있으라 최영순 분다 
2740호 2023. 1. 15  야유와 조롱 대신 따뜻한 말 한마디를 우세민 윤일 요한 
2737호 2022. 12. 25  기적을 만들기에 딱 좋은 크리스마스 박선정 헬레나 
2736호 2022. 12. 18  귀는 열고, 눈은 뜨고! 원성현 스테파노 
2735호 2022. 12. 11  지금은 서로 사랑할 때입니다 이동소 베네딕다 
2734호 2022. 12. 4  아픈 세대를 위한 미안함과 위로 그리고 연대 이영훈 신부 
2731호 2022. 11. 13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6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요약) 프란치스코 교황 
2730호 2022. 11. 6  우리는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적 삶을 살고 있습니까? 최재석 사도요한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