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가 아프다

가톨릭부산 2015.11.04 17:10 조회 수 : 82

호수 2147호 2012.02.12 
글쓴이 탁은수 베드로 

10대가 아프다

탁은수 베드로 / 부산MBC 뉴스총괄팀장 estak@busanmbc.co.kr

이제 곧 신학기다. 중·고등학교에 새로 진학하게 될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기대감 못지않게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이 큰 걱정이라고 한다. 학교폭력 등 10대들의 폭력적 또래 문화가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범죄를 능가하는 흉포함이 학교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평범한 학생들이고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걸 보면 어떤 학생이든 별다른 이유 없이 학교에서 집단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깊고 널리 퍼진 폭력적 학교 문화가 10대들을 멍들게 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학교폭력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강자의 논리와 비슷하다. 학교는 경쟁을 강요하고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서열화한다. 그 과정에서 개성과 인격이 무시당하기 일쑤다. 학생들 사이에서 성적 대신 힘이 서열화의 기준이 되면 이게 곧 학교폭력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이 진단이다. 힘센 아이에게 줄 서지 않으면 왕따를 당하고 강자의 서열화에 배제되지 않아야 하는 학교의 현실. 또 폭력에 맞설 용기 대신 불의를 방관하는 학교 문화는 어른들이 만든 계급화, 서열화의 구조적 모순일지도 모른다. 
경쟁에 시달리며 위험하고 힘든 학교 생활을 마치더라도 우리의 10대들이 희망을 가지고 사회에 연착륙하기란 쉽지 않다. 서열의 상위권에 들지 않으면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청년들이 약자의 입장에서 불리한 고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부당함을 감수하고 있다. 원치 않는 경쟁을 강요하고 힘의 논리에 몸 사려야 하는 사회에서 청년들에게 “전문성을 살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조언은 헛구호에 불과하다.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에게 가톨릭 공동체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경쟁에 내몰리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양보의 미덕을 이야기하고, 폭력에 신음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무슨 방법으로 용서와 화해를 권할 수 있을지 고민의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폭력과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을 하느님 말씀에 맛 들이게 하는 일은 어른들의 책임이다. 지구를 보호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것이 훨씬 시급하다. 세상은 줄 수 없는 진정한 사랑과 평화의 기쁨을 교회 안에서 나눌 수 있을 때 상처받은 청소년들을 감싸 안을 수 있다. 성당마다 주일학교 학생 수가 줄고 청년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이 많다. 하지만 숫자나 결과로 판단하기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청소년을 하느님의 소중한 선물로 바라봐야 한다. 한 사람의 청소년을 보듬는 일이 교회의 미래를 보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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