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참 오묘하십니다

가톨릭부산 2015.11.04 17:08 조회 수 : 26

호수 2145호 2012.01.29 
글쓴이 김기영 신부 

주님, 참 오묘하십니다 

김기영(안드레아) 신부

작년 대림절 특강을 갔다가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청년을 만난 것이다. 40대 초반의 남성이었는데, 노년층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일본교회에 있어서 이 나이면 아주 파릇파릇한 새싹이고, 횟감으로 치자면 파닥파닥 갓 잡아올린 활어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강의 중, 유난히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 퍽 인상 깊었는데, 다행히 점심식사 때 옆자리에 앉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떻게 신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물어보니 이런다. 처음 결혼을 앞두고 사귄 여성이 가톨릭 신자였는데, 교제를 하면서 생전 처음으로 성당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상대를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성경과 이런저런 교회 서적을 보며 자연히 가톨릭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불행히도, 이후 그 여성과는 잘 맺어지질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을 하며 여러 부류의 환자들을 만나면서 마음을 잡아줄 무엇인가를 찾게 되었고, 과거 그녀와 함께 성당에서 기도했던 기억을 되살려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떠나간 그녀가 신앙을 전해주고 갔다?’ 참 하느님의 섭리가 오묘하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더 많이 듣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병원에서는 사람들의 또 다른 면을 많이 보게 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 모두 무언가 병을 가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이 곧잘 밖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자연스레 지금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재활에 힘쓰지만, 어떤 사람은 내 인생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며 현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물리 치료를 받을 때마다 절뚝거리는 다리를 원망하거나, 움직일 때마다 느끼는 허리의 통증을 원망하면서 그 분노를 물리치료사에게 그대로 쏟아내 버린다고 한다. 무슨 차이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까? 
그는 환자들을 돌보면서, 그들이 쏟아내는 분노를 그대로 집어삼킨다고 한다. 물론 직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사람이고 그 부정적인 에너지를 어떻게 해결하지 못하면 내일, 모레 결코 웃는 얼굴로 환자들을 맞이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그는 살기 위해 더 큰 사랑을 찾아 온 것이다. 그리고 번지수를 아주 제대로 찾아 온 것이다. 
이제 예비자 교리 두 번째 시간을 함께 했다. 어떠냐고 물으니 재밌다고 한다. 다행이다. 올 한 해, 이렇게 좋은 선물을 우리 공동체에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당신의 그 오묘하신 섭리에 보답을 드리고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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