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꾸는 꿈

가톨릭부산 2015.11.04 08:04 조회 수 : 24

호수 2142호 2012.01.15 
글쓴이 탁은수 베드로 

함께 꾸는 꿈

탁은수 베드로

새해에는 저마다 희망을 이야기한다. 해맞이 인파가 올해도 30만 명을 넘었다. 아들 시험 붙게 해달라고, 돈 많이 벌게 해달라고, 또 가족의 건강을 비는 소원들이 줄을 이었다. 새해에 소원을 빌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긍정적 에너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 봄이 오듯 희망이 그렇게 저절로 오는 것일까?
새해 첫날 후배 기자는 희망을 품기 어려운 사람들을 취재했다. 일용직을 전전하는 해고 노동자, 학교에서 쫓겨난 비정규직 교직원, 생계비를 날린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이야기였다. 희망퇴직은 희망한 것이 아니었고 명예퇴직에 명예는 없었다. 이들에게 지금 어떤 희망을 전해줄 수 있을까. 또 강자만 살아남는 학교에서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 부의 세습을 목격하면서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청년들에게 그저 참으면 된다고, 아픔을 견디면 희망이 온다고 말할 수 있을까.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되지만, 쉽게 희망을 낙관하는 것은 속임수다. “희망은 저기에 놓여 있는 게 아니라 각고의 결단과 노력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고통 받는 이들에게 정글의 시간을 견디면 희망이 올 것이라고 사탕발림을 할 것이 아니라 문제를 같이 해결하자며 손을 내미는 것이 희망의 시작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내 자식, 내 가족만 잘되면 된다는 이기심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사랑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자기만족은 집착을 넘어 폭력적 성향을 띠기도 한다. 사랑은 그저 예쁘다고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나누고 때로는 함께 울어주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그냥 넘기는 이는 없다.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고통을, 아들의 십자가형을 지켜본 하느님과 성모님의 고통을 알지 못한다면 구원의 신비를 이해하기 어렵다. 같이 아파야 비로소 사랑할 수 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지만 현실의 냉혹함은 시간이 갈수록 강고해진다.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승자독식의 부조리는 더 큰 성을 쌓는다. 이런 현실에서 희망과 사랑의 꽃을 피우는 일을 더 이상 개인에게 맡겨둘 수는 없다.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실현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먼저 손을 내밀고 어깨를 걸고 같이 가는 길이 희망과 사랑의 출발점이다. 의인 열 명만 있어도 소돔을 구할 것이라고 하셨던 것처럼, 하느님도 공동체의 평가를 선호하시는 것 같다. 욕심 때문에 평화가, 구조적 모순에 인간의 존엄이 점차 힘을 잃어가는 세상의 힘든 겨울. 새해에는 가톨릭 공동체가 희망과 사랑의 진원지로 더 큰 용기와 온기를 나눠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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