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순례하고 싶으세요?
김기영 안드레아 신부
지난 일주일간 14명의 일본 신자들과 부산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연초 계획한 순례였지만,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미루었다가 다녀온 것이다. 장소는 가톨릭센터,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주교좌 성당, 순교자 김범우 토마스 성지, 김해성당, 성모당,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 마지막 파견 미사로는 히로시마 교구 16년만의 부제 서품 미사에 참례했다. 먼저, 우리 순례단을 따뜻하게 맞이해주신 두 분 주교님, 신부님, 수녀님, 모든 교우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9일 기도와 함께 준비한 이번 순례는 시작부터 오롯이 주님 뜻 안에서 이루어진 듯했다. 언제 가볼지 모를 여행이기에 한국의 대표 성지는 다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들 중에는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사람, 장거리 버스 이동에 심한 멀미를 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고민했다. 천진암, 감곡, 솔뫼 등도 꼭 가보고 싶었지만, 순례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다. 그것은 한 사람이라도 더 이 순례에 참가해서 그들의 신앙을 새롭게 다지는 데 있는 것이지, 꼭 거기에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법은 없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자매 교구인 부산을 다녀오너라’ 라고 말씀하시는 듯했다.
특히, 신학대학 방문 때 일본 교우들이 많이 놀랐다. 그간 말로만 들었는데, 이렇게 많은 신학생들을 보며 좀처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히, 신학생들과 함께 바친 저녁 기도는 퍽 인상 깊었던 모양이었다. 지향대로 방문하는 공동체를 위해서 기도하자고 했더니, “아니 신부님, 다른 곳은 그렇다 치고 부산은 이렇게 성소가 많은데, 기도를 해도 일본 교회 성소를 위해서 기도해야지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정말 좋은 순례를 체험하게 해 주고 싶었다. 좋은 순례! 그것은 순례 기간 중 내 마음이 조금 더 예수님 마음과 하나 될 수 있다면 최고의 순례가 되지 않겠냐고 물으니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예수님 마음, 모르긴 해도 그것은 사랑 그 자체이시다. 그리고 그 사랑은 늘 상대방을 향해 열려 있는 마음이다. 비록 일본 교회 성소가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마음이 사랑 안에서 하느님 뜻에 맞갖고자 노력할 때, 일본에도 더 많은 성소를 주시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그제서야 고맙게도 모두 가난한 순례자의 마음이 되어주었고 이후, 방문하는 공동체를 위한 뜨거운 사랑의 미사, 십자가의 길, 묵주기도가 이어졌다.
좀 있으면 성탄이다. 성탄의 마음 역시 순례자의 마음과 같은 것이리라. 미워하는 이도, 하기 싫은 일도 성심이란 사랑의 용광로 속에서 녹여갈 때, 아기 예수님도 내 마음의 구유 안에 매일같이 태어나 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