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차 세계 이민의 날

가톨릭부산 2015.11.05 08:44 조회 수 : 21

호수 2213호 2013.04.28 
글쓴이 김태균 신부 

제99차 세계 이민의 날

김태균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 이주노동자사목 담당

한국 가톨릭교회는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특별한 사목적 관심을 기울이기로 하고 ‘이민의 날’을 지내고 있습니다. 주교회의 2000년 춘계 정기 총회에서는 해마다 ‘해외 원조 주일’의 전(前) 주일을 ‘이민의 날’로 지내기로 하였으나, 사도좌와 뜻을 같이하여 2005년부터는 이민의 날을 5월 1일(주일인 경우)이나 그 전 주일에 지내 오고 있습니다.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 훈령 ‘이민들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 14항∼18항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아브라함은 자신이 ‘큰 민족’의 시조가 되리라는 하느님의 약속을 받고 집을 떠나 낯선 땅으로 갔으며, 아람인이었던 야곱은 몇 안 되는 사람들과 이집트로 내려가 이방인으로 살다가, 거기에서 크고 강하고 수가 많은 민족이 되었습니다. 이후, 이스라엘은 이집트에서 오랫동안 종살이를 한 뒤 40년 동안 광야를 ‘떠돌다가’,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장엄한 자격을 부여받습니다. 그러므로 이민과 유배라는 힘든 시련은 모든 민족의 구원을 위한 선택된 백성의 이야기에 근본적인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들의 나라에 사는 외국인들에 대하여, 율법은 이스라엘에게 “동포”에게 적용하는 것과 같이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라고 명령을 내리고 있습니다. 

또한 그리스도인은 이방인에게서 단순히 이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리스도의 모습을 봅니다. 예수님께서는 마구간에서 태어나 이집트로 피난 가시어, 당신 백성의 근본 체험을 당신 자신의 생애 안에 체화하시고, 공생활 동안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는” 나그네로 사셨으며, 부활하신 뒤에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이방인으로서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성모님 역시 이민 여성의 생생한 상징으로 바라봅니다. 예수님 출생 직전부터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뒤 제자들과 함께한 그 모든 여정을 통해서 대중 신심이 성모님을 ‘거리의 성모님’으로 보는 것도 타당하다고 합니다.

이제 교회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교회가 파스카 신비의 완성인 오순절에 태어났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오순절은 성령으로 인하여 다양한 언어 안에서도 모두가 소통하고 하나 되는 민족들 간의 참으로 상징적인 만남이었으며, 이에 대하여 바오로는 “여기에는 그리스인도, 유다인도, 할례받은 이도, 할례받지 않은 이도, 야만인도, 스키티아인도, 종도, 자유인도 없습니다.”라고 선언 합니다. 사실 그리스도께서는 “유다인과 이민족을 하나로 만드시고 이 둘을 가르는 장벽인 적개심을 허무셨기” 때문입니다. 이민의 특수성은 우리에게, 성령을 통하여 다양성이 조화를 이루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진정한 사랑이 되는 오순절의 형제애를 다시 한 번 실천하도록 호소합니다. 그러므로 이민의 경험은 죽음과 부활로 더는 종도 이방인도 없는 새로운 인류가 창조되는 파스카 신비에 대한 선포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언제나 “너희는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라고 하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이민들에게서 보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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