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다이어트

가톨릭부산 2015.11.05 08:43 조회 수 : 72

호수 2212호 2013.04.21 
글쓴이 탁은수 베드로 

욕심 다이어트

탁은수 베드로 / 부산MBC 뉴스총괄팀장fogtak@naver.com

오랜만에 만난 후배가 핼쑥한 얼굴로 나타났습니다. 요즘 유행이라는 ‘1일 1식’으로 두 달 만에 5kg을 뺐다는군요. 그러고 보니 살과 전쟁을 하는 친구가 한둘이 아닙니다. ‘고구마 다이어트’처럼 한 가지 음식만을 먹거나, 지방을 제거해 준다는 차를 수시로 들이켜는 친구도 있습니다. 저는 아직 ‘하루 세끼 좀 덜 먹으면 되지 살빼기에 유별나게 굴 게 뭐 있을까’ 하는 생각이지만 어쨌든 친구들의 다이어트가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주변에는 풍족함이 탈인 곳이 흔히 보입니다. 냉장고에는 유통기한이 가까운 식자재들이 칸칸이 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아예 김치냉장고다 미니 냉장고다 해서 냉장고가 주방을 채워가는 집도 있습니다. 우리 집 책장에는 읽지도 않은 책들이 쌓여 정리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옷장에는 입지 않고 철을 넘기는 옷들이 쌓여 있습니다. 책장과 옷장이 커지지만 그렇다고 지식과 옷맵시가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잘 압니다. 맛있는 음식을 쌓아놓고 식욕과 싸워야 하는 아이러니. 지구 한쪽에선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는데 한쪽에선 음식 쓰레기를 걱정하고 살 빼는데 돈을 쓰는 이 모순을 하느님은 어떻게 보실까요.

살 빼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진짜 중요한 건 마음의 군살을 빼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옳게 사는 게 우선일 테니까요. 저는 나이 들수록 먹고 사는 것뿐 아니라 지식과 사람에 대한 욕심도 줄이고 싶습니다. 새로운 정보를 찾아다니며 화려한 지식의 편력을 쌓아가기보다 점차 단순하고 명쾌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상처받기보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싶습니다. 행여 그들이 내 마음을 몰라준다 해도 적당한 거리에서 편하게 바라보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금쪽같은 자식들이 제 인생을 찾아 내 품을 떠난다 해도 서운한 마음 없이 축복해 줄 수 있는 부모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욕심을 버리는 기준과 원칙은 물론 하느님에게서 옵니다. 내가 세상의 주인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세상을 잠시 살다 가는 것이란 걸 깨닫는다면 이 세상에 쌓아두고 남겨둘 게 뭐 있겠습니까. 끝 날에 하느님께 보여 드릴 내 모습을 생각한다면 세상의 욕심에 매달리기보다 오직 하느님 사랑에 의탁하는 가난한 마음으로 사는 게 성공한 인생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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