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211호 2013.04.14 
글쓴이 하창식 프란치스코 

당신이 있기에 나는 행복합니다

하창식 프란치스코 / 수필가 csha@pnu.edu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의 전문입니다. 세 문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시이지만 정말 아름다운 시입니다. 

나와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 중에 H교수란 분이 계십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분과 함께 한 시간 동안 그분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중에 가장 큰 배움은 쉽게 행복해지는 법입니다. 그렇다고 무슨 큰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지요. 우리 주위를 보면 ‘00모’라는 모임이 많습니다. 박사모, 노사모 등 주로 정치적인 모임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모임도 있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신앙인들은 모두 ‘하사모’, ‘예사모’인 셈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자,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까닭입니다. 

그분은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내사모’를 만듭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뜻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이는 것이 무어 그리 대단한 일인가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내사모’가 패거리들의 모임이 아니라 아름다운 의미를 갖는 것은 바로 그분이 주창하는 내사모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 때문입니다. ‘당신이 있기에 나는 행복합니다.’라는 원칙입니다.

내가 행복한 까닭은 내가 특별한 재능이나 권력, 명예, 재물 등을 갖춘 행운아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슬픔이나 괴로움이 내게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은 더더욱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 만난 인연이든, 나와 함께 한 당신이 있기에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그분이 ‘내사모’ 모임을 만들어가는 이유입니다. 결코 정치적인 목적도, 개인적인 목적도 아닌, ‘내사모’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행복해지기 때문일 뿐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함께하기에 행복할 수 있음은 진정으로 큰 축복입니다. 다만 행복은 하루아침에 주어지는 게 아니겠지요. 시인의 노래처럼 오래 바라보고 자세히 쳐다보아야 내 앞에 마주 앉은 당신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가 봅니다. 그래서 성경에도 ‘사랑은 오래 참고 기다려야’(1코린 13, 4 참조) 한다고 가르칩니다. 오늘 나와 함께 한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내 곁에 당신이 있기에 나는 참 행복합니다. 그러기에 나와 함께 한 당신도 행복하기를 부활하신 주님께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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