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단식
정재분 아가다 / 아동문학가 mmaaa1@hanmail.net
얼마 전 금식 피정을 다녀왔다. 참을성이 부족하여 쉽게 포기하는 나의 단점을 잘 알기에 과연 이겨 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무엇보다 건강을 챙기리라는 올해의 목표를 위해 자신에 대한 도전이라 생각하고 용기를 냈다.
굶어보지 않은 터라 다소 불안하기도 했으나 변화된 내 모습을 기대하며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그런데 이틀째부터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떨리는 저혈당 증세와 함께 두려움이 밀려왔다. “죽을 것 같아도 절대 안 죽는다. 걱정하는 마음부터 내려놓아라. 몸의 금식도 있지만 정신적인 금식도 중요하다.”라는 지도 선생님의 말씀에 어느 정도 걱정이 사라졌다. 오후가 되자 서서히 기운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몸의 주인이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자, 남아있던 모든 세포가 살아남기 위해 힘을 합쳐 싸운 덕분인 것 같았다.
요즈음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서인지 단식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무절제한 식생활로 건강에 탈이 났거나, 아름답고 멋진 모습을 위해 거금을 투자하기도 한다. 그러나 육체적인 단식과 마찬가지로 영신적인 단식도 필요하다. 나만 편안하면 다른 사람의 불편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기적인 생각, 자신에게 이익이 없으면 일가친척도 멀리하려는 욕심, 모든 일이 내 중심으로 되어야 한다는 교만을 비워낸다면 보다 바람직한 영혼의 단식이 될 것이다.
인간의 욕망 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이 식욕이라 한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의 유혹을 절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식한다는 것은 마음껏 먹고 싶은 식탐을 절제하는 일뿐만 아니라 잘못 살아온 자신을 돌아보는 회개의 마음까지 필요로 한다.
이제까지 비만 상태에 있던 몸과 마음을 비우고,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께 돌아가리라 다짐하는 것이 영적인 단식이 아닐까? 비워진 몸과 마음에 좋은 생각과 자선, 희생 등의 양식을 가득 채워 주님께 가까이 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기도가 바탕이 된 내적인 단식이 선행될 때 진정한 평화와 행복을 얻을 수 있다.
금식 피정을 통해 곡식 한 톨이 생명의 원천이 됨을 깨닫게 됐으니 이 또한 귀한 은혜라 하겠다. 사순절은 스스로 의인이라 생각하는 죄인을 스스로 죄인이라 생각하는 의인으로 바꾸는 은총의 시기라고 한다. 우리도 받은 은총에 감사하는 사순 시기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