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을 향한 극기의 시간

가톨릭부산 2015.11.05 07:45 조회 수 : 43

호수 2203호 2013.02.17 
글쓴이 정경수 대건안드레아 

기쁨을 향한 극기의 시간

정경수 대건안드레아 / 수필가, su303@hanmail.net

‘생활’을, ‘살아서 활동함’ 또는 ‘먹고 입고 쓰고 하는 등의 살림살이’라고 국어사전에선 풀이한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먹지 않고는 하루도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신앙생활’은, ‘신앙을 가지고 종교에 귀의하는 영적 생활’이라고 되어있다. 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끼 밥을 먹듯이 영적인 활동을 알고 실천해야만 된다.

그러면 영적 문제들을 나는 과연 잘 알고 실천했는가? 정말 배가 고프듯이 갈급한 마음으로 영적인 밥을 먹고 기쁘게 생활했는가 묻는다면 ‘아니오!’ 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아침· 저녁기도도 빼먹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밥을 그렇게 굶고서는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이 행위도 제대로 못 했으니 한마디로 나의 신앙생활은 다리를 절며 걷는 불구적 생활이었다.

얼마 전 교구장 주교님께서 미사 중에, 거룩한 사람이 되는 길 세 가지를 말씀하셨다. ‘첫째 자기 임무를 충실히 하고, 둘째 일상의 삶에 충실하며, 셋째 모든 일에서 사랑하라. 이것은 자기의 유익이나 자기를 내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하느님 앞에서 평등하다.’는 내용이었다.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면서도 진심이 묻어나오는 이 말씀에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는 과연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신앙인으로서 자식으로서 정말 일상에 충실하고 진심으로 모두를 사랑하며 살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가 가슴을 쳤다. 이것이 거룩한 길, 축복받는 길, 은총의 길임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나의 나약함을 자책하면서……. 

어느덧 사순 시기가 시작되었다. 이때가 되면, 해마다 좋아하던 담배와 술을 끊고 극기의 생활을 하시던 김 신부님과 우리 신앙의 초기, 극심한 박해 속에서도 목숨을 걸었던 신앙 선조들이 떠 오른다.

“양인이나 노비, 백정들도 양반과 함께 서로를 ‘신앙의 벗’(敎友)으로 부르며 평등하게 지냈다.… 백정 출신 황일광은 입교 후 교우들한테 받은 평등한 대우에 감격하여, 자신은 지상 천국에 살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하였다.”는 증언으로 보아, 그분들은 현세에서도 벌써 죽음을 넘어서는 기쁨을 얻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모든 것을 다 누리는 상태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그분들과 같은 진한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신앙을 내 삶의 장식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 본다.

부활의 기쁨을 위해 오늘의 고통을 달게 받아들이는 시간, 내가 하기로 작정한 극기의 시간을 잘 꾸려나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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