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길이 있다
하창식 (프란치스코) / 수필가 csha@pnu.edu
새 신자들이 성당을 찾는 까닭은 가지각색입니다. 친지나 이웃들의 권유에 의한 경우도 있겠고, 스스로 성당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앙생활에 제대로 맛 들이기도 전에 교회를 떠나거나 냉담하는 새 신자들 이야기가 들려올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스스로 성당을 찾아간 제게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럴 때마다 묵주 기도와 함께, 하느님 자녀로서의 신앙이 흔들리지 않게 제 자신을 굳건하게 지켜준 것은 신심 서적들이었습니다. 제임스 C. 기본스 추기경님의 「교부들의 신앙」과 박도식 신부님의 「무엇하는 사람들인가」 등은 저로 하여금 진리의 갑옷(1베드 4:1, 로마 13:12,
에페 6:14 참조)으로 무장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토마스 머튼의 「칠층산」이나, A. J.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등을 읽는 시간만큼은 한 줄 한 줄 읽는 매 순간이, 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최근에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이 직접 집필하신 「나자렛 예수」 1권과 2권을 읽었습니다. 박상래, 이진수 두 분 신부님이 유려한 문체로 맛깔스럽게 우리말로 번역하였습니다. 교황님이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 이름으로 펴내신 그 책들을 읽고는 교황님의 왕 팬이 되었습니다. 그 책들을 읽으면서 성경을 읽을 때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어려운 내용에 대해서도 좀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일생을 따라 함께 걸으면서 어렴풋이나마 하느님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게 하였습니다. 신약 성경, 특히 4대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일생에 대해 깊이 있고 읽기 쉽게 해설한 그 책들을 읽으면서 예수님을 더욱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우리 교구의 사목지침은 신심운동 복음화의 해입니다. 신심 서적을 즐겨 읽는 것도 신심운동 복음화를 앞당기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책 속에 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신심 서적들은 성경 속에 묻혀 있는 소중한 보물들을 하나씩 둘씩 캐내어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게 하는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우리 교우들 모두가 올해는 작년보다는 한 권이라도 더 많은 신심 서적을 읽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