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197호 2013.01.06 
글쓴이 김태균 신부 

우리 안에 하느님의 자리를 마련한다는 것은

김태균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 이주노동자 사목 담당

이번 성탄 미사 때 교황님의 성탄 메시지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사로잡혀서 하느님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다른 이들, 그 예로 어린이, 가난한 이, 이방인들을 위한 공간 또한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기억하며 성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름이 ‘빵집, 빵 굽는 마을’쯤 되는 ‘베들레헴’이라는 동네에서 태어나셨다고 전해집니다. 거기다 사람이 기거하는 곳도 아닌 가축들이 사는 ‘마구간’에서 태어나셨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아기 예수님을 ‘말 밥통’인 ‘말구유’에 뉘였다고 이야기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를 두고 복음서 저자들은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는 빵’, ‘먹혀야 할 존재’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미리 알려주고 있습니다. 

대략 예수님께서 태어난 시기는 유다 사회에 독재자 헤로데의 유령이 돌아다니던 시기이지만 복음 사가들은 보잘것없는 어린 생명으로 태어난 아기 예수님과 당대의 모든 권력과 금력을 움켜쥐고 폭정을 일삼은 헤로데 왕을 대비시켜서 보여줍니다. 바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왕, ‘하느님 나라의 왕’은 ‘세상의 왕’과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고자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추운 겨울날’ 그것도 ‘한밤중’에 ‘연약한 핏덩어리’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이유는 뭘까?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런 여린 생명의 탄생을 두고,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생명을 주기 위해, 이 어두운 세상에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으로 오셨다고 전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이시고 생명이시며, 빛이신 분을 통해서 우리에게 또한 은총과 진리가 주어졌다고 말입니다.

교회에서는 특히 생명, 기쁨, 희망을 전하는 성탄 시기이지만, 대선 이후로 노동자들과 청년 활동가 다섯 분의 죽음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초기에 두 분의 죽음은 바로 우리 교구인 부산과 울산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절망에 빠져서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 교회는 이런 절망 속에서 희망을, 어둠 속에서 빛을, 죽음에서 부활의 소식을 전하는 곳입니다. 지난 12월 20일 교황님께서 파이낸셜 타임즈에 기고한 글의 제목이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 참여할 시기’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자리를 놓아두고 당신이 창조하신 세상 안으로 몸을 취해 내려오신 것처럼,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눈을 돌려서 절망하고 좌절하여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가난한 이웃들이 삶의 끈을 놓지 않고, 다시 희망과 기쁨으로 생명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모두 함께 연대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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