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되고 꽃이 되고
박옥위 데레사 / 시조시인, poempark@hanmail.net
밤이 되면 산촌의 밤하늘에 무수히 별이 뜬다. 공기가 맑아 별은 물기를 머금은 듯 차랑차랑 물소리가 날듯하다. 깜깜한 밤에 외등을 켜면 머리 위에 떠 있던 별들이 순식간에 먼 하늘로 숨어버린다. 별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우주를 돌며 낮에도 떠 있지만 우리가 볼 수 없을 뿐이다. 그 무수한 별 중에는 우리나라 천주교 신자들의 마음속에 뜨는 북극성이 있다. 그리고 그 북극성을 따라 도는 별들이 무수하다. 천주교 신자들의 북극성은 누구실까? 그렇게 묻는다면 이구동성으로 하나의 답을 제창할 것이다. 한국의 첫 사제이자 순교자이신 김대건 안드레아라고. 그분은 뼈마디 하나 피 한 방울까지 우리나라 신앙선교의 씨앗이 되신 분이다. 나는 오래전 솔뫼 성지에서 성인의 모습을 뵈었다. 그 고난의 역사에도 사랑을 잃지 않은 그분의 생애를. 그분은 한국천주교를 위해 태어나시고, 공부하시고, 사제가 되시고, 죽으시고, 성인이 되시고, 신앙의 씨앗이 되셨다. 그 통고의 길을 의연히 가신, 임의 믿음과 사랑을 생각한다. 연전에 한국 100대 성인에 대해 글을 쓸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나는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을 선택하였다. 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를 쓰고 읊어 드리기로 한다.
그 누가 빛을 싹 뚝 자를 수 있으리오
뼈 조각은 별이 되고 피는 꽃이 되었으라
하느님 증거한 순교, 서릿발 신앙의 씨앗
솔뫼서 나시고 새남터에서 다시 나신
어둔 땅에 새 빛 드신 김대건 안드레아
이 땅의 어엿한 첫 사제 성인으로 되 오시다
당신은 우리 땅의 아름다운 눈물이오
당신은 우리 땅의 아름다운 사랑이오
떨기 꽃 한 송이로 피어 우리 믿음 꽃 피우는
라파엘호 다시 타고, 별이 되어 오신 님
이 땅에 핀 당신 사랑, 하느님의 그 사랑
어둔 날 임 따르셨으니 밝은 날 우리 따르네
<별이 되고 꽃이 되고 -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
9월 순교자 성월!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 것이다.’(루카 9, 23∼26 참조) 이 말씀은 순교자를 부활시키고 있다. 103위 순교 성인과 아직도 이름을 찾지 못한 성인들의 신앙을 추모하며 오늘날의 순교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우리는 하느님의 계명에 따라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며, 자신을 버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누며 사랑을 실천하는 사제와 수녀, 그리고 이웃에게서 그 숭고함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