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업고 가시는 예수님
김영일 바오로 / 신라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kim6996@silla.ac.kr
고등학교 시절 어느 피정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힘든 사막 길을 예수님과 함께 걸어가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그 사람은 예수님과 이야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걸어갔고, 사막에는 두 사람의 발자국이 사이좋게 나란히 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사람은 사막의 뜨거운 태양과 목마름 속에서 너무나 힘든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함께 걸어가던 예수님의 모습은 사라지고, 혼자 남은 자신을 발견하였습니다. 발자국도 어느 순간부터 하나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예수님, 같이 잘 오시다가 이렇게 힘든 순간에 왜 나만 홀로 남겨 두십니까?”라고 예수님을 원망하였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친구야, 그 순간은 네가 너무나 힘들어해서 내가 너를 업고 걸어왔단다.”라고요.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일들을 경험합니다. 때로는 즐거운 일로 기뻐하고, 때로는 슬픈 일로 가슴 아파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희로애락의 감정과 일들은 누구에게나 다 일어납니다. 문제는 그 일들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입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좋은 감정이 일어나는 일들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려 합니다. 예수님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즐겁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 우리는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슬픈 일이나 불행한 일이 닥쳤을 때 대부분은 주님께 원망을 돌립니다. 왜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기느냐고요. 아니 이렇게 슬픈 나를 왜 혼자 버려두느냐고요.
그러나 사실은 우리가 가장 슬퍼하고, 아파하는 그 순간 주님은 더 힘들게 우리를 업고 계신다는 것을 잊고 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가 바로 우리의 슬픔이며, 아픔입니다. 그 모든 슬픔과 아픔을 주님이 우리 대신 지고 가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힘든 나를 업고 가는 주님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랑이신 주님은 자녀들이 아프거나 슬프기를 바라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우리가 아프고 고통 속에 있을 때 주님께서는 우리와 더 가까이 계시며, 더 큰 도움의 손길을 주고 계십니다. 가장 극한의 고통 속에 있었을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순교하면서 그렇게 용감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고통과 두려움 속에 주님이 함께 계심을 믿고 의지하였기 때문이겠지요. 예수님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우리는 희망이 있는 한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희망과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고통 속에 있는 나를 업고 가시는 주님께 감사를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