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246호 2013.12.01 
글쓴이 김광돈 요셉 

‘생활나눔’으로 빛을 받는 삶을...

김광돈 요셉 / 노동사목 사무국장 www.laboroffice.or.kr

저는 가끔 바쁜 일상을 핑계로 보이는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주변에 대한 관심과 관찰을 게을리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중요하고 이 일들은 사람들과 함께 서로를 위한 일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간절합니다만 때로는 가족, 동료, 관계하는 사람들이 내 일보다 뒷전이 되어 저에게 아쉬워한다거나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애정이 있다면 잠시 멈추고 그 사람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는 것도, 순간의 얼굴표정만으로 느낄 수 있는 것도 그냥 지나치곤 합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대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많은 정보나 과학적 분석이 아니라 대상과 필자의 관계로부터 옵니다. 애정의 젖줄로 연결되거나 운명의 핏줄로 맺어짐이 없이 다만 대상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라는 글에서 말하듯이 실질적인 만남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함을 되새깁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다르고 잘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사람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저 자신을 질타하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는 듯 좋은 선물이 생겼습니다. 

얼마 전부터 노동사목에서는 실무회의를 하기 전에 ‘생활나눔’을 합니다. 한 주간 동안 자신이 겪은 생활 중에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면서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정해진 형식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생활 이야기에 대한 생각과 느낌 또는 경험을 말하면서 피드백(feedback)을 해줍니다. 자신과 만나는 사람들, 공동체의 관계에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민주주의와 밀양 송전탑과 같은 사회 현안에 대한 생각과 의견도 표현하게 됩니다.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나의 상처와 고백, 나의 지식(앎)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생활나눔’은 생각을 만남으로, 서로를 ‘애정의 젖줄’로 연결되도록 도와줍니다. 나의 생각이 정리되고, 다른 사람의 솔직한 고백으로 진한 감동을 받으며, 무섭고 두려운 내 안의 찌꺼기를 비우는 용기도 생깁니다. ‘생활나눔’은 구원과 평화를 위해 지상으로 파견되신 예수님의 삶이 내 안에, 내 주변에서 더 많은 사람을 통해서 기념되고 선포되도록 실질적인 만남, 빛을 받는 삶으로 다가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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