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를 다녀와서
김태균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 이주 노동자 사목 담당
부제 시절에 이집트,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오고 나서, 11년 만에 비행기를 타고 멀리 터키, 그리스로 성지순례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두 번 모두 교구에서 다녀올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고, 도와주셔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성지순례를 떠나기 전에 사도행전 공부도 시작했었지만 마무리를 다하지는 못했습니다. 앞에서 만들어 놓은 자료와 거기에 더 첨부하여, 서품 동기 신부 모임에서 성지순례 자료집을 만들어 함께 보면서 성지순례를 하였습니다.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 현장을 보고 느끼는 것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그 효과는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이번 성지순례를 통해서 제가 가장 많이 느낀 점은 바로 교회입니다. 예수님께서 원하셨던 공동체, 그 공동체를 우리는‘나그네 교회’라고 부릅니다. 터키 에페소의 성모님의 성지에서 미사를 봉헌하면서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교회는 성모님을 이민 여성의 생생한 상징으로 바라봅니다. 예수님 출생 직전부터 이집트로 피난가시고, 공생활 기간에는 보이지 않게 아드님 뒤를 따르셨으며,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뒤 제자들과 함께한 그 모든 여정을 통해서 신자들이 성모님을‘거리의 성모님’으로 보는 것도 타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이번 터키, 그리스 순례는‘바오로 사도’의 흔적을 많이 따랐습니다. 교회는 바오로 사도를‘이방인들의 사도’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저는 성지순례 기간 동안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바오로 사도가 바로‘이방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이방인이었기에 이방인들의 사도가 될 수 있었던 바오로, 이교지역에서 복음을 선포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우리는 성경을 통해서 바오로 사도의 고초를 자주 목격합니다.
‘나그네인 교회’,‘이방인과 함께하는 교회’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하느님 나라를 향해서 나아가는 공동체는 익숙하고, 편안한 현실에 안주하는 삶이 아니라 끊임없이 하느님을 향해, 진리를 향해, 생명을 향해, 사랑을 향해, 평화를 향해, 낯선 곳을 향해 일어서서 걸어가는 공동체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됩니다.
아마도 제가‘이주 노동자 사목’을 담당하고 있어서, 자신에게 익숙한 땅과 고향 사람들을 떠나서 전혀 새로운 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시나마 다른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지냈던 이번 경험도 앞으로 사목자로서 살아가는데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동기 신부들과 신앙에 대한 이야기,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많이 나눌 수 있는 시간이어서 참 좋았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