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45호 2019.0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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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숙 체칠리아 |
하늘공원 가족 이야기
김영숙 체칠리아 / 염포성당, 하늘공원 봉사자
화단에 핀 빨간 장미 한 송이를 꺾어와 꽃병에 꽂아 놓고 가만히 바라봤습니다. 향기도 좋고 꽃도 예쁘지만 보드랍고 생생한 꽃잎의 피부를 보면서 감탄이 절로 납니다. 인간이 아무리 솜씨가 좋고 기술이 좋아도 그런 피부를 만들어 낼 수 없지요.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힘들고 고통스러움만 주지 않으셨구나, 곳곳에 우리를 위로해 주시는 보물들을 펼쳐 놓으셨는데 우리는 찾아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힘든 것에 대한 원망만 했던 것 같습니다.
살아가면서 많은 이별을 겪지만,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맞이하게 될 때의 비통함과 상실감은 표현할 길이 없지요. 그래서 우리들은 소중한 이를 자비로운 주님의 품에 안겨드리고 하늘나라를 좀 더 가까이 느끼고 싶은 마음에 하늘공원 미사에 달려오지요.
우리 하늘공원 봉사자들은 사랑하는 자녀를 하늘나라에 보내고 무너져 내리는 슬픈 얼굴로 서로를 만나게 되었답니다. 이별을 인정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동병상련(同病相連)의 마음으로 미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준비하고 서로의 안부도 묻고 많은 이야기도 나누면서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여행 중에 본 무지개, 파도 소리, 푸른 하늘, 뺨을 스치는 보드라운 바람... 하느님은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쓰담 쓰담 위로를 주고 계셨습니다. 아름답고 멋진 경치를 보면 ‘하늘나라는 이런 곳일 거야’ 서로 이야기하면서 보물찾기를 하듯이 찾다 보면 정말 그런 곳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신부님께서 봉헌하며 읽어주시는 미사 예물 봉투에 적힌 사랑한다, 보고싶다, 그리운 등등의 짧은 메모는 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여서 모두 공감하며 눈물짓습니다. 토요일마다 울려 퍼지는 피아노 반주에 성가대까지, 어느 본당 못지 않게 풍성한 미사가 이루어 지고, 기일을 맞이 하거나 생일을 맞은 가족들은 모두 함께 기도하는 마음을 담아 떡과 빵을 나누기도 합니다.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슬픔과 상실의 무게는 다르지만, 쓸쓸해 하는 뒷모습을 보이면 하늘나라에서 가슴 아파하고 미안해할까봐 더 힘내서 나다운 삶으로 잘 지내려 합니다. 그것이 먼저 간 이들이 바라는 것일 겁니다.
우리를 가장 잘 아시는 하느님, 두 팔 벌려 모두 안아주시는 자비로우신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다른 힘든 분들도 함께 손 내밀어 같이 회복해 나가고 싶습니다.
호수 | 제목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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