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55호 2019.08.11 |
---|---|
글쓴이 | 이혜순 릿다 |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
이혜순 릿다 / 수영성당, 하늘공원 레따시오 성가단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고통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고통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아픔일 것입니다. 아무리 가족끼리 서로 미워하고 으르렁댄다 하더라도 그 모두는 살아 있으니 가능한 일입니다.
저 또한 3년 전, 청천벽력 같은 일을 겪었습니다. 결혼을 한 달 남짓 두고 육종암이라는 고약한 병이 찾아와 한 달 만에 딸아이가 우리 곁을 떠나가 버렸습니다. 앞날이 창창한 꽃다운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어디에 비유 할 수 있을까요? 사지가 끊어지고, 가슴이 찢겨져 나가는 듯한 처절한 고통을 주신 주님을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릅니다. 엄마 딸로 태어나서 너무 행복했었다고, 우리 가족 아픈 거 다 짊어지고 가면 좋겠다던 딸, 병원에서 나누었던 마지막 대화만 자꾸 떠오르고, 하염없이 눈물만 나왔습니다. 자식을 잃은 어느 소설가가 “내 수만 수억의 기억의 가닥 중 자식을 기억하는 가닥을 찾아내어 끊어버리는 수술이 가능하다면 이 고통에서 벗어나려만...”이라고 적혀있던 구절이 정말 절실하게 와 닿습니다. 그 아픔이 절절하던 어느 날, 하늘공원에 들렀는데 추모음악회를 겸한 위령미사가 봉헌되고 있었고, 자식을 먼저 보낸 사연의 글이 잔잔한 음악과 함께 낭독되고 있었습니다. 저와 닮은 사연에 딸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져 음악회가 끝날 때까지 눈물범벅이 되어 목 놓아 울었습니다. 그때 저에게 위로를 건넨 음악 봉사단체가 기쁨이라는 뜻의 “레따시오” 생활성가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지인의 권유로 레따시오에 합류하여 매월 하늘공원 위령미사 성가봉사와 다양한 음악 봉사활동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주님께 은혜를 청하는 분들에게 음악으로 위안을 전하며 딸아이의 영원한 안식을 청하는 기도를 봉헌합니다. 딸아이도 “우리 엄마 대단하다!”며 자랑스러워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에 더없이 기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저도 서서히 회복되었습니다. 주님의 뜻하심이었을까요? 음악 봉사활동과 함께 열심히 살아가던 제게 며늘아기를 통하여 두 배의 기쁨, 쌍둥이 천사를 보내주셨습니다.
저의 깊은 상처에 위안의 손길을 건네주신 주님의 크신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내일도 주님을 찬양하며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호수 | 제목 | 글쓴이 |
---|---|---|
2555호 2019.08.11 |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 | 이혜순 릿다 |
2554호 2019.08.04 | 인생여정 필수품 | 탁은수 베드로 |
2552호 2019.07.21 | “감사합니다.” | 장현우 신부 |
2551호 2019.07.14 | 희망이 되시는 예수님 | 박문자 데레사 |
2550호 2019.07.07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 정우학 신부 |
2548호 2019.06.23 | 오늘의 세례자 | 강송환 마르코 |
2547호 2019.06.16 | 또 하나의 열매 | 김영수 신부 |
2546호 2019.06.09 | 세 번의 믿음의 기회 | 민훈기 가브리엘 |
2545호 2019.06.02 | 하늘공원 가족 이야기 | 김영숙 체칠리아 |
2543호 2019.05.19 | 그들은 지금 어디에... | 윤경일 아오스딩 |
2542호 2019.05.12 | 성사본 지 10년 되었습니다 | 정태화 신부 |
2541호 2019.05.05 | 새들의 기도송 | 오원량 카타리나 리치 |
2539호 2019.04.21 | ‘나’ 그리고 ‘너’인 당신과 더불어 | 성지민 그라시아 |
2538호 2019.04.14 | 블루 프렌즈... 새로운 순례의 길 | 김윤경 엘리사벳 |
2537호 2019.04.07 | 어떻게 지내? | 김수환 신부 |
2535호 2019.03.24 | 제34차 세계청년대회 참가자 수기 -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38) | 한그린 미카엘라 |
2534호 2019.03.17 | 나의 신앙이야기와 신학교에 입학하면서의 마음가짐 | 김동규 비오 |
2533호 2019.03.10 | 슈거(sugar)라는 팝송을 아십니까. | 박선정 헬레나 |
2532호 2019.03.03 | “와서 아침을 먹어라.”(요한 21,12) | 박효진 신부 |
2530호 2019.02.17 | 고통의 모서리에 입을 맞추다 | 최옥 마르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