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가톨릭부산 2015.11.04 17:16 조회 수 : 14

호수 2154호 2012.04.01 
글쓴이 하창식 프란치스코 

만우절

하창식 프란치스코 / 수필가 csha@pnu.edu

사순절도 이제 막바지에 달했습니다. 오늘은 성주간이 시작되는 첫날이며,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세속적으로는 만우절이기도 합니다. 

나라마다 다른 유래를 가지고 있지만, 프랑스에서 시작된 만우절 유래가 재밌습니다. 그레고리력(양력)을 받아들이기 전인 1564년까지 사람들은 4월 1일을 새해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샤를 9세 왕이 공식적으로 새해의 첫날을 4월 1일에서 1월 1일로 변경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이 4월 1일에 새해 축제를 벌이자, 그런 사람들을 '사월의 바보'라고 부르는 데서 만우절이 유래되었다는 설입니다. 

아무튼 만우절은 장난으로 거짓말을 해도 나무라지 않는다는 날이지요. 만우절의 유래에 얽힌 이야기들을 생각하다 보니, 오늘 복음 말씀에 나오는 이스라엘 군중들이 만우절의 주인공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 자신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당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시는 예수님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사실 주님 수난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에 불과했지요. “호산나!”를 외치며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에 환호하던 그 군중들이,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라고 외치며 예수님을 죽음으로 내몰던 바로 그 군중들이었으니까요. 그 군중들은 누구보다 뻔한 거짓말, 아니 거짓 행동들을 해도 부끄럼이 없었습니다. 해마다 이런저런 만우절 기사가 보도되곤 하지만 오늘 복음 말씀보다 더 놀랄만한 만우절 기사는 없을 듯합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은 그 군중들의 어리석은 만우절 축제를 용서하셨습니다. 우리에게 크나큰 은총으로 ‘부활’이라는 사랑과 희망의 축제를 몸소 드러내 보이셨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여느 만우절 후일담으로도 들을 수 없을, 너무나 아름다운 해피엔딩입니다. 부활은 우리 교리의 으뜸이자 우리 신앙의 출발점입니다. 예수님!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만우절이 과거엔, 새해 첫날과 관련이 있었다는 사실을 되새기면서 성주간의 첫날이자 만우절인, 2012년 오늘의 달력을 다시 바라봅니다. 우연치고는 기막힙니다. 제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지금, 여기에서 새롭게 거듭나라."고 하는 하느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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