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24호 201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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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윤경일 아오스딩 |
기도는 최고의 동아줄
윤경일 아오스딩 / 좌동성당
대나무에 마디가 있고 흐르는 물에 소용돌이가 있듯이 인생에도 마디와 소용돌이가 있습니다.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우리의 삶은 자꾸만 더 팍팍해지면서 실직, 불화, 질병, 채무, 파탄 등 심리적 압박을 자극하는 상황들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진료실에 앉아 있으면 수많은 절실한 심정들을 대하게 됩니다. 가슴에 멍울이 생겨 조직검사를 받게 되면 암에 대한 공포로 도무지 마음을 진정할 수 없습니다. 아내의 심장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는데 직장에서 해고 통지를 받은 노동자의 심정은 어떨까요. 또 사기를 당하고 거액의 채무를 진 충격으로 우울증에 걸려 자살기도를 했지만 미수에 그친 후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한 이의 심정은 오죽하겠습니까?
신체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마음에 난 상처는 시간이 가도 아물지 않고 고통이 더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처받은 과거의 시간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인데 그 사람에게 세월이 약은 아니라 독인 셈이지요.
사람이 희망을 상실하면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눈물의 밤으로 가득 차 세상은 어두움뿐입니다. 가느다란 한 줄기 빛이라도 찾아들면 좋으련만. 아무 곳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심정은 동굴 속에 갇혀 있는 느낌입니다. 이럴 때 절로 ‘주님, 저를 도와주세요’라는 말을 쏟아내게 됩니다.
우리는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들입니다. 가지 중에는 풍성한 열매를 맺고 있는 것도 있지만 열매를 맺지 못하고 벌레가 파먹은 가지도 있습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번민에 찬 이들은 벌레 먹은 가지와도 같습니다.
고통 속에 있는 사람에게 흔히 마음을 비워보라고 말하는데 그건 옳게 헤아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감정이 휴지통 비우듯 쉽게 비워지겠습니까?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고통 가운데서도 마음의 평화를 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바로 기도하는 것입니다.
절실할 때 기도가 나오는 것은 위기의 순간에 구원에의 충동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기도 속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고, 기도 속에서 평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최고의 동아줄이니깐요. 하느님과의 대화를 통해 포도나무에 열매를 맺는 가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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