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08호 2016.1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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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탁은수 베드로 |
불확실한 세상, 확실한 하느님
탁은수 베드로 / 부산MBC 보도국 부장 fogtak@naver.com
승용차의 후방카메라가 고장 났습니다. 후진을 하거나 주차할 때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아예 후방카메라 없는 차를 몰 때에는 불편함을 몰랐는데 어느새 카메라에 의존해 운전을 해온 것 같습니다. 사실 요즘은 내비게이션 없이는 초행길은 찾아가기 힘듭니다. 만일 휴대폰을 잃어버린다면, 그건 끔찍한 일입니다. 저장된 전화번호, 일정을 어떻게 기억해 낼 수 있을까요. 예전엔 가까운 이들의 전화번호 몇 개쯤은 외웠고 수첩의 메모로도 일정관리에 차질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기계에 대한 의존이 커질수록 기억력, 감각 같은 본래의 능력을 자꾸 잃어가는 것 같습니다.
‘게르트 기거렌처’라는 독일의 학자는 세상을 확실성의 세계 (예: 천문학), 확률의 세계(복권, 슬롯머신), 그리고 불확실한 세계(건강, 사업, 연애)로 분류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인생의 대부분을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살고 있으며 불확실성의 세계에선 정보보다 직관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연인을 만날 때 사회관계망의 이런저런 정보를 따지는 것보다 직접 만나서 느끼는 감정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는 겁니다.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 갑작스러운 건강의 이상,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을 어떻게 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인간은 머리카락 하나 내 마음대로 자라게 할 수 없는 불확실한 세상에 던져진 나약한 존재들인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지금 가상의 세계에서 소통하고 클릭 한번 잘 못하면 날아갈 디지털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만들어 냅니다. 생명의 질서를 어지럽힐 배아줄기까지 만드는 걸 보면 지금 인간은 창조질서를 벗어나 불확실의 불안을 해소할 바벨탑을 쌓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신앙인에게 확실한 건 하느님의 나라, 구원의 약속입니다. 세상은 불확실하지만 하느님은 확실합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알아 가는 방법은 하느님이 내신 것들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잠시라도 세상의 문을 닫고 스쳐가는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햇볕의 따스함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꽃이 피고 잎이 지는 계절의 신비에 마음을 모으는 건요? 그렇게 하느님이 내신 것들과 소통하다 보면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조금씩 깨닫고 세상의 불안에 가려졌던 나의 본래 마음을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하느님의 품에서 마냥 행복한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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