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793호 2024. 1. 7 
글쓴이 박수현 가브리엘라 
일상 가운데 함께 계시는 하느님
 

 
박수현 가브리엘라
사직대건성당 · 청년합창단 첼레스티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바라봅니다. 여명이 밝아옵니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이 온 세상을 포근히 감싸 안습니다. 세상을 만드신 하느님의 손길이 이처럼 따스했을까요. 출근길 가파른 언덕을 오릅니다. 골고타 언덕을 오르신 예수님을 떠올려 봅니다.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신 그 숨결이 이처럼 가빴을까요? 한참 일을 하다 문득 창 밖을 바라봅니다. 부서지는 햇살 가운데 조금 쌀쌀해진 겨울바람이 바스락 노래 부르는 것이 마치 천사들의 웃음소리 같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나서는 길, 건조해서 거칠어지고 앙상해진 나무를 바라봅니다. 예수님을 짓눌렀던 가시관이 이처럼 거칠고 뾰족하였을까요? 
 
   퇴근길 어느새 어두운 밤하늘 사이로 가로등의 불빛이 세상을 밝힙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시던 예수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오늘의 나는 착한 행실로 세상 사람들이 하느님을 찬양하게 하였을까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붕어빵이 생각납니다. 추위를 데워줄 간식을 기다리며, 두 마리의 물고기로 군중을 배불리 먹이신 예수님이 떠올려봅니다.
 
   집으로 돌아와 전기장판을 켭니다. 밖이 너무 추웠던 걸까요? 장판 온도를 제일 뜨겁게 올립니다. 곧 따뜻해집니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너무 뜨거워 깨버렸습니다. 무엇하나 갖춰지지 않았고 풍족하지 않았던 초라한 마구간으로 오셨던 아기 예수님이 생각납니다. 가난한 이웃을 생각하지 않고 나의 안온함만을 위했던 하루를 반성합니다. 
 
   저는 하느님 아버지께 성실하거나 착한 자녀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저를 받아주세요. 저는 아버지 곁에 있고 싶습니다.’ 하고 늘 응석을 부립니다. 품팔이꾼으로라도 아버지 곁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었던 둘째 아들의 고백을 생각해 봅니다. 한 번 더 용서해주실, 다시 받아주실 하느님의 자비에 기대어 봅니다.
 
   주님, 오늘 제 생각과 말과 행위로 지은 죄와 의무를 소홀히 한 죄를 살피고 그 가운데 버릇이 된 죄를 깨닫게 하소서. 시편의 말씀을 묵상해 봅니다. 정녕 저는 죄 중에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제게 깨끗한 마음을 만들어 주시어 굳건한 영으로 저를 오늘도 새롭게 하소서. 신앙에 꼭 특별한 체험이 필요할까요? 하느님께서는 어쩌면 우리의 일상 가운데 이미 함께하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내 하루의 곳곳에 함께 계시는, 언제나 우리를 초대하시는 그분께로 조심스레 한 걸음씩 향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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