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건강하게 하는 백신, 성가정
우세민 윤일요한
가톨릭신문 기자
올해는 저희 가정 첫 아이의 첫영성체가 있었던 은혜로운 한 해였습니다. 3월부터 시작된 첫영성체 교육은 10월 중순까지 이어졌습니다. 대상자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에게도 신앙 재교육의 시간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냉담했던 어느 부모님도 자녀의 첫영성체를 계기로 다시 교회 품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첫영성체하던 순간은 감격 그 자체였습니다. 주님과 일치하는 은총을 우리 아이도 누릴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가정의 중심에서 늘 함께하시며 저희 자녀들에게도 당신과 일치할 수 있는 은총을 허락하신 성령께 거듭 감사를 드렸습니다. 참으로 성가정은 축복입니다.
우리 가족에게 첫영성체 교육 과정은 사실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직업 성격상 주말 주일에 더 바쁜 저희 부부는 아이의 첫영성체 교육에 참여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아이 역시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교육을 위해 수행해야 할 과제들이 학교 공부보다 더 힘겹게 여겨져, 아이는 몇 번이고 그만두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 과정들을 거치면서도 우리 가족은 하느님을 중심에 두고 몇 번이고 다시 힘을 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첫영성체 순간을 은총으로 충만하도록 한 것 같습니다.
성가정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수님과 성모님, 요셉 성인께서 이루신 성가정도 많은 역경을 이겨내 왔습니다. 성령으로 잉태된 아이를 성모님과 요셉 성인은 받아들였습니다. 헤로데의 박해를 피해 예수님의 성가정은 이곳저곳 피신해야 했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이분들이 모든 역경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께서 함께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저희 가정이 감히 예수님의 성가정과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세상 그 어떤 어려움과 마주하더라도 성가정은 하느님의 충만한 사랑에 의해 힘과 용기, 희망으로 이겨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교훈을 얻습니다.
요즘 언론을 통해 가정과 관련한 많은 슬픈 소식을 접합니다. 부모와 자식 간에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한 일들마저 일어나고 있습니다. 과연 그 가정들 안에 티끌만큼의 사랑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그래서 그리스도인 성가정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하느님의 충만한 사랑으로 이루어진 성가정은 세상 모든 가정에 모범이 될 수 있습니다. 성가정은 아마 세상이 병들지 않도록 하는 순도 100% 사랑으로 이루어진 가장 강력한 백신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