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꽃 피우기

가톨릭부산 2022.01.05 11:00 조회 수 : 34

호수 2687호 2022. 1. 9 
글쓴이 조수선 안나 
예수님 꽃 피우기

 
 
조수선 안나 / 연산성당, 시인
suny4616@daum.net

 
  메마른 가지에 마지막 잎새마저 떠나보낸 나무는 자신의 소임을 다 마친 듯 홀가분하게 보입니다. 그런 나무를 바라보노라면 제 마음도 평안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나무도 그러한데 하물며 저는 꼭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는 것만 같아 마음 한편이 답답하고 무겁기만 합니다. 주일 미사 참례와 기도 생활을 제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는 하지만 외손자가 여섯 살이 되도록 아직 세례도 못 받고 주일학교도 못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당에 가서 앉아 있으면 주님께서 ‘또 너 혼자 왔느냐?’하고 나무라시는 것만 같아 부끄럽습니다.
 
   오늘은 손자가 유치원 안 가는 날. 어렸을 때는 기도손도 곧잘 하고 성호경도 잘 따라 하던 손자가 요즘은 TV 보기를 더 즐겨합니다. 그래도 저는 손자 따라 함께 만화도 보고 팽이도 돌리면서 때를 기다립니다. 드디어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그때가 왔습니다.
 
   손자가 이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자고 저를 일으켜 세웁니다. 저는 흔쾌히 그러자 하고 오늘은 무궁화 대신 예수님을 넣어 “예수님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술래가 “예수님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하면 술래 아닌 사람은 예수님처럼 양 팔을 펴고 한쪽 다리는 살짝 들어 올린 채 서 있어야 합니다. 넘어질 듯 말 듯 흔들흔들 기우뚱기우뚱하면서 자연스레 “예수님!”을 부르며 좋아하는 손자! 
 
   마침내 제 손자의 작은 가슴에도 예수님 꽃이 피려나 봅니다. 
 
   지금 저는 손자가 그 맑은 목소리로 ‘예수님’을 부르기만 하여도 좋습니다.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자상한 할머니 내리사랑으로 가정에서도 주님 사랑을 실천하다 보면 차츰 손자도 세례도 받고 주일학교에 가게 되고, 코로나로 쉬고 있는 딸도 외인 사위도 모두 다 주님께서 교회로 이끌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주님의 포도나무 가지에 붙어 있기만 한다면 열매 맺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주님의 그 자비하신 사랑 안에 머물기만 한다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올해는 ‘성체와 말씀의 해!’
   가족과 함께 미사에 참례하고, 성경도 읽고, 함께 기도하며 집안 가득 예수님 꽃을 피우고 싶습니다. 조금 늦고 더디더라도 어린아이가 자라나듯 저희의 믿음도 하느님의 뜻대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도하며 소망해 봅니다. 아멘.
호수 제목 글쓴이
2810호 2024. 4. 28  나를 찾아오신 때 최옥 마르타 
2809호 2024. 4. 21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61차 성소 주일 담화(요약) 프란치스코 교황 
2808호 2024. 4. 14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창식 프란치스코 
2807호 2024. 4. 7  나의 행복 리스트 한미현 에스텔 
2806호 2024. 3. 31  무덤을 허물고 일어나 탁은수 베드로 
2804호 2024. 3. 17  뿌리 찾기와 순교자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03호 2024. 3. 10  참 삶의 길 윤경일 아오스딩 
2802호 2024. 3. 3  나에게 새로운 삶을 주신 분 유효정 마리스텔라 
2801호 2024. 2. 25  일상 속 작은 실천 김도아 프란체스카 
2799호 2024. 2. 11  신비롭게 연결되어 있는 인간의 몸처럼 손주희 레지나 
2798호 2024. 2. 10  배우고, 배운 것을 버리고, 새로 배우자! 원성현 스테파노 
2796호 2024. 1. 28.  “없는 이에게 베푸는 일을 미루지 마라.”(집회 4,3) 조수선 안나 
2795호 2024. 1. 21  연중의 삶 속에서 강은희 헬레나 
2794호 2024. 1. 14  새 사제 모토 및 감사인사 file 가톨릭부산 
2793호 2024. 1. 7  일상 가운데 함께 계시는 하느님 박수현 가브리엘라 
2791호 2023. 12. 31  세상을 건강하게 하는 백신, 성가정 우세민 윤일요한 
2785호 2023. 11. 26  제39회 성서 주간 담화 (2023년 11월 26일-12월 2일) 신호철 주교 
2783호 2023. 11. 12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마태 25,13) 최재석 사도요한 
2782호 2023. 11. 5  나만의 고유한 인생길 file 임성근 판탈레온 신부 
2781호 2023. 10. 29  아버지의 이름으로 탁은수 베드로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