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672호 2021.10.10 
글쓴이 정효모 베드로 
최재선 사도요한 주교님과 묵주 기도

 
정효모 베드로 / 구포성당 · 소설가
02-hyo@hanmail.net


 
    레지오와 꾸르실료에서 봉사하면서 묵주 기도를 바칠 때는 무슨 숙제를 하듯이 부담을 안고 힘겹게 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부산교구 초대 교구장님이셨던 최재선 사도요한 주교님을 뵙고 난 후 주교님을 떠올리며 기도하고부터는 성모님과 함께 주님께 드리는 묵주 기도를 바칠 수 있었다. 힘이 있었고 마음의 평화가 왔었다. 
 
   초대교구장으로 성무를 시작하시면서 부산교구를 성모님께 봉헌하셨고 성모님께 철저히 의탁하셨던 주교님이셨다. 뵐 때마다 항상 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으셨던 주교님. 꾸르실료 봉사를 하면서 은퇴하셨던 주교님을 가까이 모실 수가 있었다. 언젠가 새해 인사를 드리기 위해 가족과 함께 뵈었다. 추운 날씨였다. 주교님께서는 한국외방선교수녀회 마당의 큰 성모상 앞에서 묵주 기도를 바치고 계셨는데 왜소하게 보였다. 그러나 묵주 기도를 바치는 시간 동안 주교님의 모습은 바위와 같이 크고 든든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한참을 경이로운 눈으로 보면서 그 모습을 나의 가슴에 새겼다. 
 
   어느 날 주교님께서 낙상으로 메리놀병원에 3개월간 입원해 계실 동안 1주일에 한 번씩 병간호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었다.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꼬박 밤을 새워가며 주교님을 보살펴드리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오후 6시에 도착하면 묵주 기도 5단을 주교님과 교송으로 바치고 난 후 일을 시작했는데, 주교님의 손에는 항상 묵주가 들려있었다. 대퇴골 손상으로 불편하신 몸이라 누우실 때와 일어서실 때는 천장에 설치해 놓은 손잡이를 사용하셨다. 그 손잡이에는 묵주가 감겨 있었다. 주무실 때도 손잡이에 감겨있는 묵주를 보시면서 주무셨고 아침에 일어나시면 성호를 그으신 후 묵주 기도를 바치셨다. 묵주와 주교님은 한 몸을 이루고 있었다. 주교님의 모습과 행동은 나에게 각인되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손에도 항상 묵주가 있다. 집에서 문을 나서면 사도신경이 시작되고 지하철로 출퇴근하면서 40단은 바칠 수가 있다. 그러나 묵주 기도도 체력이 달려서 그런지 퇴근 후 시간에는 바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그럴 때면  “성모님, 저의 손 잡아 주이소.”하면서 천국에서 묵주 기도를 바치고 계실 주교님을 생각하면서 힘을 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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