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사회교리와 난민
김검회 엘리사벳 / 동대신성당,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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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아프가니스탄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장악되면서 20년간의 아프간전쟁이 일단락되었습니다. 미군과 각국의 대사관이 철수하면서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공항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특별기를 보내 우리나라를 위해 일해오다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현지인과 그 가족 390명을 데려와 특별기여자 신분으로 보호하고 있지만 큰 틀에서 이들은 난민입니다.
난민이란 전쟁이나 재난·정치·경제 등 다양한 이유로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땅으로 이주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난민 문제가 본격화된 것은 2018년 내전을 피해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인들로, 난민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찬반논쟁이 팽팽했습니다. 당시 SNS를 타고 성범죄와 각종 범죄를 우려하는 가짜뉴스가 돌아다녔는데, 결국 반대여론이 높아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했고 2013년 아시아국가로는 처음으로 난민법을 만들었음에도 난민에 대한 심사기준과 장벽은 매우 높습니다. 우리나라의 난민인정률은 2018년 당시 3.6%에서 2020년에는 0.4%(5533건 중 21건)로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성경은 탈출기를 통해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광야를 거쳐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기까지의 고된 여정을 알려줍니다. 또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 예수님은 헤로데의 박해를 피해 부모님의 품에 안겨 이집트로 피신하였고 이방인이자 난민으로 사셨습니다. 이렇듯 하느님 구원의 역사는 이주와 난민의 삶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인간의 기본권을 담은 ‘세계인권선언’의 초안 작성에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직·간접적으로 포함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후에도 교회는 사회교리를 통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관심에 대해 지속적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제107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담화를 통해 “성령께서는 우리가 모든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다양성 안에서 친교를 이루며, 몰개성적인 획일화를 강요하지 않고 다름들이 화합을 이루게 해 주십니다. 다양한 외국인들, 이주민들, 난민들과의 만남 그리고 이러한 만남으로 생겨날 수 있는 문화 간 대화를 통하여 우리는 교회로서 성장하고 서로를 풍요롭게 하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라며 이기주의가 아닌 “더욱더 넓은 ‘우리’를 향하여”를 강조하십니다. 우리도 난민과 이주민에 대하여 혐오와 차별이 아닌 다름과 포용, 배려의 자세로 다가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