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우리 축복해주세요!
김진수 요셉 신부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급증할 때 많은 도움을 준 이들이 바로 결혼이주여성들입니다. 그러나 이들 또한 동시에 도움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올해 6월 21일 『나를 응원해』라는 책이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출간되었는데, 한국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많은 어려움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치료기법 등과 관련된 솔직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모든 결혼이주여성들이 책에서 소개된 치료기법의 혜택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현재 이주사목을 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본격적으로 다문화사회화 과정 중에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의 문화적 배경 중 고려되어야 할 요소 중 하나가 ‘종교’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주민들이 신앙하는 종교는 이주한 지역 문화와 조화를 이루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등 결혼이주여성에게 종교생활은 단순히 자신의 신앙행위 이상의 의미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이주여성들은 낯선 타국에서 종교 활동을 통해 위로를 받고 내적 평안을 얻고 있습니다.
종교의 공동체적 소속감은 이주여성들로 하여금 낯선 환경에서도 심리적 위안과 정보 공유는 물론 경제적인 상호부조까지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삶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특별히 가톨릭 신앙을 가진 이주여성들에게 심적으로 기쁨을 주는 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성사’ 안에서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자기의 자리에서 힘차게 살아가게 하는 힘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결혼이주여성 중에서 교회혼을 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도 만나게 됩니다. 한국인 남편이 협조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교회 혼인법에 대해 무지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인 혼인성사의 기쁨을 그들이 맛보도록 돕는 것이 바로 사제의 몫일 것입니다. 최근 한 예식장이 문을 닫으면서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기부받아 옷장에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혼인장애에 머물고 있는 이들이 이렇게 이쁜 옷들을 입고 교회혼을 거행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 봅니다. 그리고 그들은 제게 그리고 하느님께 말할 것입니다. “하느님, 우리 축복해주세요!” 이 축복을 통해 결혼이주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되고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 봅니다.